최근 가장 주목받는 배우가 있다. 바로 전여빈이다.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낙원의 밤’부터 tvN 드라마 ‘빈센조’까지 시청자들이 전여빈에게 스며들고 있다. 독립영화 대표 아이콘이었던 그가 이제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신세계’ ‘마녀’ 등을 통해 누아르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저는 학창시절에 홍콩 누아르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언젠가 저도 한번 작품을 통해 전우애를 불태우고 총도 쏘는 꿈을 꿨는데 ‘낙원의 밤’으로 실현됐어요. 박훈정 감독님이 ‘낙원의 밤’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처음엔 재연(전여빈)이 보이지 않았어요.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되면서 ‘그래 바로 이거지’ ‘이 영화가 정통 누아르에 변곡점이 된다면 재연이 되겠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창시절 박훈정 감독님의 ‘신세계’를 봤는데 제가 그 영화 주인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마녀’ 때도 시사회 가서 봤거든요. 구자윤(김다미)이란 역할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김다미 배우의 연기를 보며 정말 감동해 박수치면서 봤거든요. 그런 지점들이 인상적이어서 ‘낙원의 밤’ 재연을 연기할 때 박훈정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2018년 영화 ‘죄 많은 소녀’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것은 물론 ‘해치지않아’,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인기리에 방영 중인 ‘빈센조’ 등에 출연해 다채로운 매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전여빈이 ‘낙원의 밤’에서 삶의 끝에 선 재연 역을 맡았다. 유일한 혈육인 삼촌과 함께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재연은 두려운 것이 없는 인물이다.

“배우는 캐릭터를 맡는 순간 그 캐릭터로 사는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촬영 할 때는 그 인물로 살게 되고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해도 인물에 대해 고민하죠. ‘낙원의 밤’을 촬영하면서는 재연에게 물들어갔어요. 사람들의 성격을 한 가지로 규정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해요. 처하는 상황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이 나오잖아요.. ‘낙원의 밤’ 재연를 만날 때는 재연으로, ‘빈센조’ 홍차영이 되면 그 모습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아요.”

“재연은 ‘낙원의 밤’에서 태구(엄태구)에게 동질감을 느껴요. 둘 다 벼랑 끝에 선 인물이고 잃은 게 많았죠. 박훈정 감독님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연애 감정은 아니고 동료애라고 하셨어요. 처지가 비슷한 두 사람의 연대가 잘 보이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 관계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태구는 재연을 통해 자신의 누나, 조카의 모습을 보게 됐고 자기 자신을 투영했어요. 재연도 태구를 보며 ‘저 사람도 나같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하나의 큰 사랑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낙원의 밤’에서 전여빈은 엄태구와 극을 온전히 이끌어간다. 이들이 케미는 달달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누아르에 잘 어울리는 어두운 감정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극중에서도, 현실에서도 반대되는 성격이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또한 차승원은 넷플릭스와의 키워드 인터뷰에서 전여빈을 “까불이”라며 앞으로 대성할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현장에서 전여빈이 배우들과 얼마나 잘 지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영화 ‘밀정’ 때 제가 단역이어서 엄태구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못했어요. 태구 오빠가 ‘죄 많은 소녀’를 좋게 봐주셨더라고요. ‘낙원의 밤’에서 다시 만났을 때 먼저 잘 봤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이니까 저는 마음이 열려 있었죠. 서로 좋은 호흡을 주고 받자는 암묵적인 결연한 의지가 있었고 감독님과 저희 둘 모두 단단한 관계를 유지했죠. 감독님이 저와 태구 오빠를 위해 제주도 맛집을 데리고 갔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태구 오빠와 자연스럽게 케미로 드러난 것 같아요.”

“차승원 선배님은 진짜 재미 있으세요. 선배님이 현장에 오면 긴장하고 있는 저와 태구 오빠를 녹여주시고 감독님까지도 웃게 만드세요. 한 마디로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주셨어요. 슛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 이사로 분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놀라웠어요. 마 이사로 변신해도 선배님의 재치, 매력을 뽐내 주시니까 모니터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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