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강하늘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든다. 강하늘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해 30대가 된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무대에 처음 선 순간부터 지난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는 순간까지, 강하늘에겐 꿈만 같은 과거가 존재했다.

“20세 때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한 게 떠올랐어요.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갈 때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야했는데 그냥 종로3가를 따라 청계천을 걸었죠. 하루를 마무리하는 김에 공연을 머릿속으로 복기해보려고요. 청계천을 맥주 한 캔 마시며 걸었는데 그때 기억이 시나리오 보면서 떠올랐어요. 그 당시 청계천을 걷는 건 제가 많은 사색에 잠기고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죠. 조금 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보다는 좀 더 안쪽으로 들여다본 시기였어요.”

“불안한 시기의 저를 지탱해준 건 맥주였어요.(웃음) 하루하루 공연을 끝내고 맥주 한 캔 마시는 게 저한테 큰 위안이었고 힘이었죠. 맥주는 지금도, 10년, 20년이 지나도 최고죠. 요즘엔 멍 때리는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가만히 멍 때리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실 불안이 많이 없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고요.”

강하늘 하면 ‘미담’을 빼놓을 수 없다. 예능에 나오기만 하면 강하늘 관련 각종 미담이 쏟아졌고 ‘미담 제조기’는 그의 별명이 됐다. 같이 호흡한 천우희도 “왜 ‘미담 제조기’인지 알겠다”고 할 정도다. 이 별명이 부담될 수 있지만 강하늘은 자신을 좋게 봐주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저는 좋게 봐주신 거잖아요. ‘미담 제조기’ 별명에 짓눌려 살거나 무얼 더 하려고 하진 않아요. 오히려 저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제가 모든 스태프 얼굴, 이름을 기억한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러지 못해요. 한 작품에 참여하는 스태프분들이 200명 넘어요. 그분들을 다 외우는 건 말이 안 되죠. 가까이 붙어있는 스태프분들만 기억해요. 다만 작품을 하면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저기요’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한 건데 그게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으로 와전 됐나 봐요.”

강하늘은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이후 ‘해적: 도깨비 깃발’ ‘스트리밍’ ‘해피 뉴 이어’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번에 순수함 결정체를 보여줬다면 다음 작품에선 액션, 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 속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강하늘이 선보일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라디오스타’에도 나왔는데 군대 갈 때 제 머리를 깎아준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 모두 저를 성장하게 만든 사람들이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저를 성장시켜줬죠. 항상 캐릭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저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해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접속’ ‘시월애’ ‘8월의 크리스마스’와 함께 거론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한번 돌려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사진=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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