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의 기쁨이 계속되고 있다. 덩달아 '미나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나 '미나리'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 작품상 후보 중 가장 적은 제작비(200만달러, 22억원)로 만들어진 독립영화다. 때문에 비록 미국 제작 영화지만 한국과 관련된 작품인 만큼 '미나리'가 한국독립영화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의 수상인 만큼 영화계를 넘어 온 국민이 축하하는 분위기다. 자연스레 윤여정과 '미나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각종 해외 시상식을 휩쓸던 지난 3월 국내 개봉한 '미나리'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9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28일 기준으로 지난 21일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그날의 기억'에 이어 박스오피스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SF영화 '서복' 보다도 앞서 있어 오스카와 윤여정의 힘을 짐작케 한다. 예매율도 '비와 당신의 이야기' '더 스파이' '내일의 기억' 등의 신작에 이어 4위(6.1%)까지 올랐다.

안방극장에서도 윤여정과 관련한 작품들은 연일 화제다. OTT 플랫폼 웨이브 측은 윤여정의 출연작인 독립영화인 '죽여주는 여자'를 비롯해 '하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에 대한 시청 시간이 모두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윤여정 관련 영화와 다르게 다른 독립영화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사진=영화 '미나리' 포스터

윤여정의 수상에 한국 영화사에 남을 쾌거라며 수상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미나리'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한국 독립영화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생기지만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는 관객들의 관심이 '미나리'와 윤여정에 한정됐다. 실제로 국내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 관계자는 "'미나리'와 윤여정 배우의 수상 전후로 실질적인 큰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국내외 독립영화 홍보 관계자 역시 "'미나리'와 윤여정 배우에 대한 관심은 크고 상영관에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립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나갈지는 의문이다"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사진=영화 '미나리' 스틸

안타깝지만 결국 자본의 문제가 남아있다. 제작비가 많을수록 인기배우가 참여하고 볼거리가 풍부해지니 관객들을 사로잡는건 당연한 산업의 논리다. '미나리'는 미국 기준으로 독립영화 수준이지만 22억원이면 국내에선 상업영화 수준이다. 최근 국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쓴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벌새' 등은 모두 10억원 이하다. 

적은 예산에서 나오는 힘이 독립영화의 장점이고 매력이긴 하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작품을 더 많은 투자로 만들면 좋지 않겠나. 작품성 있는 영화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확장된다면 언젠가 한국 독립영화가 오스카에서 수상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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