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이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방영됐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자로 나섰고 유시민 작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네 논객은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적폐청산’ ‘외교안보 문제’ ‘개헌’ 등의 주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정치토론 프로그램의 묘미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특정 의제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의 관극이다. 합리적 문제제기를 수용해 합의 과정을 도출하고, 상대의 부적절한 논리나 상황인식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하는 드라마에 감정이입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부족했던 나의 머리를 채워주는 알쓸신잡에 감동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년토론’에 난 별점 3개(5개 만점)를 매겼다. 3개를 투척한 이유는 일단 손석희 앵커의 매끄러운 진행 덕분이다.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균형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날도 그는 주제와 패널들의 발언에 적절히 개입하고, 감정적 격화로 치닫는 상황에선 브레이크를 밟음으로써 시청자에게 나름 편안한 승차감을 안겨줬다.

‘토론 고수’ 유시민 작가는 상대의 논리를 비판할 때, 현상의 이면과 연결고리를 분석할 때 빛을 발한다. 이날 그는 박형준 교수의 발언엔 단호한 논리로 맞대응했다. 김성태 의원에겐 기막혀 하거나 욱 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비유의 달인’ 노회찬 의원은 알기 쉬운 표현과 순발력이 장점이다. 이번 토론에서도 “건물 유리창 깨면 안 된다. 하지만 불이 났고 그 안에 사람 있으면 유리창 깨서라도 사람을 구해야 한다”(외교부가 한일 위안부 협상 외교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 “데이트 요청했다가 6개월 만에 온 것을 3개월 고민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 뜻을 전한 것과 관련) 등으로 적시타를 쳤다. 김 의원을 향해선 "공부 좀 하세요" "그러니까 탄핵 당했지"란 말로 속을 후볐다. 하지만 빨리 말할 때 흐트러지는 호흡과 불분명한 발음이 아쉬웠다.

제1야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은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적합한 인물은 아닌 듯 보인다. 동문서답, 논거 부족이 많아 상대나 시청자를 공감시키질 못한다. 꼰대 식 억지로 자주 흘러버린다. '썰전'으로 익숙한 박형준 교수는 늘 온화한 톤으로 자신의 논지를 풀어간다. 하지만 반론에 직면하면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고”(적폐청산), “모든 게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정치보복, 검찰의 표적수사)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쟁점을 흐려버린다.

무엇보다 과오를 진솔하게 인정한 뒤 진심을 전하려 할 때 소통의 첫 단추는 채워진다. 대다수 국민이 분노하는 ‘적폐’에 책임 있는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두 패널은 이런 면에서 결핍이 느껴진다. 결국 나의 별 2개는 이분들이 까먹었다.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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