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편지는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지금은 카톡이나 문자, SNS DM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마음을 전달할 길은 많지 않았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2003년에 천우희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가 현실에서 편지, 2003년을 떠올렸다.

“편지에 얽힌 특별한 경험이라면, 부모님께 ‘마미북’ ‘대디북’을 선물해드렸어요. 부모님이 직접 책을 채워나가는 거에요. 마지막에 편지를 쓰는 부분이 있는데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시는 거예요. 저한테 편지를 쓰셨는데 몇 줄 안되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영화에서 편지는 제가 직접 써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현장에선 제가 쓰고 화면에 나간 필체는 전문가분이 해주셨죠.”

“2003년은 제가 고1 때였는데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으) 어린 나이에 꿈을 찾은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나는 뭘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라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했죠. 고등학교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친구들과 소품 만들고 인물을 만들어간다는 재미를 느낀 게 기억에 남아요.”

‘한공주’ ‘곡성’ ‘우상’ 등 천우희는 강렬한 캐릭터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그 역시 ‘센캐’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걸 부정하진 않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그런 그에게 새로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순수한 결정체 소희를 연기할 기회를 줬으니 말이다.

“저는 항상 좋은 작품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가 ‘센캐’를 많이 했다고 하시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분위기만 셌지 나쁜 사람, 즉 악역을 해보진 않았어요. 언젠가 피도 눈물도 없는 빌런을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진짜 정통 멜로 또는 아예 판타지.”

“강하늘 배우도 제가 어두울 거라고 생각했더라고요. 주로 강한 캐릭터들을 맡아왔으니 그런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 스스로도 반가울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편안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건데 일상적인 모습도 좋아해 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천우희는 tvN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하며 스크린 속 천우희가 아닌 현실 천우희를 대중에게 알렸다. 티없이 맑은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관객들이 ‘천우희의 재발견’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토요일’에 강하늘 배우와 출연하게 됐어요. 예능에 필터가 안된 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잖아요. 굉장히 쑥스럽고 부끄러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예능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이 영화는 위로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영화 안에서 사소한 것부터 꿈을 꾸는 것까지 이뤄지는 게 기적으로 다가오잖아요. 일상에서 작게 느껴지는 것들이 다 기적 아닐까요. 지금 모두가 지치고 힘들고 화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분명히 그 안에도 우리에게 올 기적이 있다고 믿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보면서 힘들었던 현실을 잠시 잊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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