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팀들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른 각각 2팀, 총 4팀 중 3팀이 EPL 팀이다. EPL 전성시대가 다시 한번 찾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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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와 첼시가 20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난다. 맨시티는 파리 생제르맹(PSG)을 꺾고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첼시는 레알 마드리를 제압하며 9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2018-2019시즌 리버풀과 토트넘 홋스퍼가 EPL 팀들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렀다. 당시 리그 순위가 더 높았던 맨유, 리버풀이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현재 리그에서 맨시티는 우승 달성 9부능선을 넘었고 첼시는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맨시티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단판 승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맨시티와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 미리 맞붙는다. 9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각) 두 팀은 맨시티 홈에서 리그 경기를 치른다. 맨시티는 우승이 거의 확정된 상태여서 힘을 빼고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첼시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은 4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자동으로 다음 시즌 진출권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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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카라바오컵(리그컵)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모두 우승컵을 획득한다면 ‘미니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다. 첼시는 FA컵 결승에서 레스터 시티를 만난다. 첼시도 더블이 가능한 상황이다. 펩 과르디올라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지략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두 팀 중 EPL의 ‘진짜 블루’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전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유로파리그에서는 아스날이 4강에서 비야레알에 지며 탈락한 가운데 맨유가 AS로마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맨유는 2016-2017시즌 아약스를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엔 4강에서 세비야에 역전패를 당했다. 4년 만에 유로파 우승을 노리는 맨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거의 확보한 상황이어서 리그가 아닌 유로파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맨유는 구단 사상 첫 유로파 결승에 오른 비야레알과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4번 만나 모두 0-0으로 비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이 전멸한 상황에서 비야레알이 라리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로파의 남자’라고 불리는 우나이 에메리 비야레알 감독이 유로파 결승 5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해 맨유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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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면 EPL이 올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을 접수했다. 취소된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설 멤버 12팀 중 6팀이 EPL 구단인 걸 보면 경제적인 면을 포함해 EPL이 유럽축구 내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지난달 30일 ESPN은 “EPL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제치고 UEFA 리그 랭킹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EPL이 UEFA 리그 랭킹에서 선두에 오른 건 2011-2012시즌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10년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유럽을 접수했다.

레알 마드리와 바르셀로나는 현재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해 최고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EPL ‘빅6’라고 불리는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중계료 등의 수입으로 조금이나마 더 지갑을 풀 수 있다.

이번 시즌 EPL의 활약은 앞으로 몇 년간 EPL 전성시대가 열릴 것을 예고한다. EPL이 다시 한번 유럽을 접수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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