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는 20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손흥민은 환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손세이셔널’했던 손흥민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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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2라운드 사우스햄튼전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다. 팀이 5-2 승리를 거둔 가운데 혼자서 4골을 몰아넣은 것이다. 손흥민이 EPL 진출 이후 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며 한 경기 4골을 넣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포트트릭’ 달성으로 그는 BBC ‘주간 베스트 11’, EPL 파워랭킹 1위, AFC ‘이 주의 국제선수’ 후보 등에 오르며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10월 5일 손흥민이 또 한번 빛났다. 그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이 없었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손흥민은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또한 차범근 전 감독(98골)을 넘어서서 한국인 최초 유럽 리그 통산 100골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올시즌에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케미가 터졌다. 두 선수는 EPL 통산 34골을 합작하며 첼시 시절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록바가 보유한 EPL 역대 최다골 합작 기록(36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케인이 다음 시즌 이적하지 않으면 손흥민이 1위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두 선수는 또한 EPL 역대 한 시즌 최다골 합작 기록(14골)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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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EPL 10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고 승승장구했지만 11월 오스트리아로 대표팀 원정 경기를 떠난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대표팀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손흥민 역시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은 손흥민은 11월 EPL 득점 선두에 올랐고 2020년 12월 번리와의 EPL 경기에서 70m 드리블 원더골로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2020’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푸스카스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2년 연속 ‘FIFA-FIFPro’ 베스트 11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손세이셔널한 전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18일 국제축구연맹(FIFA)는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에서 올 한 해 최고의 골을 뽑는 푸스카스상 수상자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골에 투표해주고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오늘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21년 새해 첫 경기부터 손흥민이 국내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그는 리즈전에서 토트넘 소속으로 통산 100호골을 달성했다. 또한 ‘아시아 발롱도르’라고 불리는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 2020’을 통산 6회, 4회 연속 수상했다. 지난 1월 17일 셰필드전에선 통산 공격포인트 100개(63골 35도움)를 달성했다. 이는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토트넘 소속 선수로 7번째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캡처

손흥민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달랐다. 후반기 들어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 주춤했다. 팀은 중위권까지 내려갔고 다음 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도 희박해졌다. 여기에 조세 무리뉴 감독이 경질됐고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이 부임되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손흥민은 4월 12일 맨유전에서 스콧 맥토미니의 팔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오버액션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일부 맨유 팬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SNS에 남겼다. 그의 프로 통산 첫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손흥민은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게 지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시 일어났다. 5월 3일 셰필드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역사상 첫 2시즌 연속 ‘10-10’을 달성했다. 또한 5월 8일 리즈전에선 1골을 추가해 한국 축구 전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작성한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종전을 앞두고는 구단 자체 시상식에서 올시즌 ‘AI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그는 2018-2019, 2019-2020시즌에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토트넘 주니어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 공식 서포터스 선정 올해의 선수 등 4개 부문을 연속 수상했다. 올시즌엔 해리 케인과 에릭 라멜라에게 이 4개 부문이 골고루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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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최종전에서 레스터 시티에 4-2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해 다음 시즌 유로파 컨퍼런스에 진출하게 됐다. 케인의 이적설이 떠도는 가운데 경기 종료 후 손흥민과 케인, 델레 알리가 서로를 오래 끌어안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팀은 아쉬움을 남긴 시즌이었지만 손흥민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EPL 37경기 동안 17골을 넣으며 자신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그의 기존 리그 최다골 기록은 2016-2017시즌 작성한 14골이었다. 정규리그 17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해리 케인(23골), 모하메드 살라(22골·리버풀), 브루노 페르난데스(18골·맨유)에 이어 패트릭 뱀포드(17골·리즈)와 함께 득점 랭킹 4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케인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책임졌다.

또한 10도움으로 케인(14도움), 페르난데스, 케빈 데 브라위너(맨시티·이상 12도움)에 이어 잭 그릴리쉬(10도움·아스톤 빌라)와 함께 도움 공동 4위에 올랐다. 시즌 전체로 따지면 손흥민은 정규리그 17골 10도움, 유로파리그 3골 1도움, 유로파리그 예선 1골 2도움, 리그컵 1골, FA컵 4도움을 작성, 22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22골과 시즌 17도움은 모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2022년엔 카타르 월드컵이 있다. 손흥민에게 2021-2022시즌은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잘해온 만큼 손흥민이 다음 시즌에도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손세이셔널’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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