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무브 투 헤븐’ 첫 에피소드는 비정규직 청년, 김군의 죽음이었다.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들부터 길거리에서 무심코 마주치게 되는 얼굴들까지 다양한 청년들의 모습을 함축한 캐릭터였다.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이 빠르게 이야기 안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작품 속에 여섯분의 고인이 등장해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정하는데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스무개가 넘는 에피소드 중에서 추리고 추렸어요. 그 다음은 어떤 순서로 소개를 드리는게 좋을까 싶었구요. 참으면서 보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였으면 하는데, 첫 인상을 어떻게 보여드려야 하나 해서 첫 에피소드 고민이 가장 많았어요. 그 시점에서 가장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죽음들, 단지 한 명이 아니라 그 분들을 통해 여러명이 겹쳐서 보였으면 했어요. 비정규직 김군에게는 아주 수많은 김군들이 겹쳐 있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구요”

주인공인 그루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점도 접근이 쉽지 않았다.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집필 의도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탕준상이라는 배우를 만나 그루는 이야기 안으로 스며들었다. 캐릭터의 물성보다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인물이 완성됐다.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톤을 잡을지 조심스러웠어요. 시각차가 있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탕준상이라는 배우가 와서 최선을 다해 그루가 되고자 노력했고, 그 배우의 진심을 여러분들이 잘 알아봐주시는거 같아서 굉장히 감사드리는 마음이에요”

감정 표현에 제약이 많은 그루의 한계를 해소해준 것이 바로 이제훈이 연기한 상구였다. 종잡을 수 없고, 때로는 악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상구를 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켰다. 윤지련 작가 역시 이런 이제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루는 한계가 많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입체적이지 못한 게 본질이자 한계에요. 그 부분을 모두 다 상쇄해주고 만회해주고, 보안해주는 역할을 갖고 태어난 게 상구였어요. 그루는 그루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걸 하고 있지만 그 외 모든 것들을 짊어진 게 상구죠. 상구를 누가 연기해줄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이제훈 배우가 보자마자 좋아해줬어요”

‘엔젤 아이즈’ 이후 약 7년만에 ‘무브 투 헤븐’으로 돌아온 윤지련 작가. 애틋한 로맨스도 그렇다고 전형적인 가족극도 아닌 ‘무브 투 헤븐'이어야 했떤 이유를 물었다.

“원래도 글을 자주 자주 빨리 쓰는 작가가 못 되요. 드라마가 혼자 쓰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여러사람의 귀한 공공재를 빌려쓰는 부족한 작가 입장이다 보니 늘 ‘이게 대중들에게 들려드릴만 한 이야기인가’ 고민하게 되요. 그 고민속에서 높아진 허들을 넘어가기가 어려워서 글쓰는게 어려웠어요. 그런 고민과 회의가 길어졌던 거 같아요. 아마 그런 심정의 상태였기 때문에 ‘무브 투 헤븐’이 더 꽂힌 거 같다. 고인들의 이야기고 슬픈 이야기 같지만 한편 한편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어요. 그런 면에서 저도 ‘무브 투 헤븐’을 통해 힘든 부분을 많이 극복했어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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