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전히 울림을 주는걸 보면 아직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가 노동자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로 현실을 외친다.

'1976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됐던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격정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100여 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 북부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으로 시작된다. 이후 광산 마을 할란카운티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게 된다.

부조리, 차별, 인권 등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담아내다보니 전체적인 톤은 무겁고 진중하다. 넘버 역시 마찬가지다. 광산 노동자를 연기하는 10여명의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투쟁의 화음이 '할란카운티'를 대표한다.

무대 앞쪽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의 활용으로 광산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잘 표현해냈다. 또한 단순한 구조의 무대지만 후면 스크린 이미지 변화를 통해 서사 진행을 매끄럽게 이어간다는 점도 장점이다.

'할란카운티'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다. 무자비한 악덕 업주, 불합리에 고통받지만 현실에 타협하며 흔들리는 노동자들, 통쾌한 복수의 한방까지.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많은 콘텐츠들과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뻔하고 정형화된 스토리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이다. 

다니엘을 비롯한 인물들의 성장까지 탄탄하게 담겨 꽉찬 느낌이 든다. 불의에 맞서는 의지, 실수를 바로잡는 용기를 말한다. 한 사람이 펼치는 투쟁의 날짓이 전체 사회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캐릭터와 어울리는 캐스팅도 드라마 강화에 한 몫을 차지한다. 다니엘 역 이홍기는 순수하고 정의롭다. 연약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 라일리를 지키려는 절박함, 분노와 절규까지. 특유의 허스키한 보컬이 그런 그의 감정을 표출하기엔 더없이 제격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라일리 역은 안세하가 맡았다. 다니엘에겐 친구이자 아버지같은 존재다. 말을 하지 못해 수어로 소통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육성으로 내뱉는 대사도 노래도 없지만 누구보다 존재감은 강렬하다. 다수 연극, 드라마, 영화까지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발휘해온 배우답게 눈빛과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전한다.

또 한 사람 반가운 인물은 패터슨 역의 강성진. 2019년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하게 된 그는 자타공인 명배우답게 비열함의 끝을 보여준다. 그외 존 역 이건명, 엘레나 역 이상아, 배질 역 김지철, 나탈리 역 김아선 등도 각자의 신념과 현실 사이 고뇌를 연기하며 완성도를 더한다.

한편 '1976 할란카운티'는 오는 5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다니엘 역 이홍기, 오종혁, 산들, 존 역에 이건명과 김형균, 라일리 역 김륜호, 안세하, 엘레나 역 임찬민, 이상아 등이 출연한다.

사진=이터널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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