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언제나처럼 빨간 머리로 뮤지컬 '드라큘라' 네 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다. 초연부터 함께 해왔으니 누구보다 '드라큘라'를 잘 알고 그만큼 애정도 많을 터. 김준수는 무대 위 애드리브나 대사의 변주를 가져갈 정도로 여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담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초연 때부터 빠짐없이 네 번 이나 한 건 '드라큘라'가 유일해요. 그만큼 애착도 있죠. 초연때부터 저의 생각이나 의견, 바람들이 많이 녹아든 작품이에요. 매번 할때마다 너무 영광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부담감, 중압감도 있어요. 작년에 보고 이번에 다시 와 주신 분들이 기준치가 높으실테니까. 그 이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또 '드라큘라'를 통해 뮤지컬을 접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제가 잘해야 뮤지컬에 빠지는 계기가 될테니 더 잘하려고 해요"

'드라큘라'는 천 년의 세월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다룬다. 피를 마시며 생명을 이어간다. 매혹적인 외모부터 늙고 병약한 모습까지 표현해야하는 것들도 많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미소년같은 외모와 대비되는 파워풀한 매력이 있다.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 그의 연기를 보면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다. 

30대 '인간' 김준수가 경험하지 못한 노인과 드라큘라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드라큘라를 보여주고자 기존 드라큘라 작품들을 참고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그렇게 탄생한게 '샤큘'의 상징 빨간머리다.

"처음엔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긁히는 소리로 대사를 하고요. 가장 큰 차이는 걸음걸이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에요. 근데 단지 노인의 모습만은 아니죠. 병약하지만 드라큘라니까 일반 성인 남자보단 강해요. 그런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웃음소리나 인간을 가소롭게 보는 제스처같은 것들도 신경쓰고요"

"사실 드라큘라는 블랙 포마드 스타일이 가장 일반적이죠. 근데 전 피를 빨아들이는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피가 머리로 전이된 듯하게.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두피가 걱정되기도 해요.(웃음)"

김준수는 "한국 버전 '드라큘라'가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들이 찾아준다는 전제 하에 자신의 외모가 드라큘라에 적합할 때까진 5연, 6연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런 그가 꼽은 '드라큘라'의 매력은 뭘까.

"뮤지컬이나 드라마나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사랑이죠. 근데 '드라큘라'는 일반적인 인간의 사랑이 아니라 400년이 넘도록 하는 뱀파이어의 사랑이야기에요. 그 자체가 주는 시니컬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드라큘라 같은 판타지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만났을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난다고 봐요. 시각적인 입체감이 강렬하다보니. 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넘버가 중요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높고 강한 고음이 있는 노래가 있어야 잘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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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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