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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빛나는 순간' 고두심 "로맨스는 보너스, 제주·남녀 아픔 치유하는 영화"

연기 인생 49년. 대한민국에서 연기대상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 이 모든 게 고두심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가 6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33세 나이차 로맨스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지금 고두심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고두심이 연기한 고진옥은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주 해녀다. 해녀들 사이에서는 물질도, 성질도 그를 당할 사람이 없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의 앞에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이 나타나고 그를 만나면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하나 둘 마주하게 된다.

“소준문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려고 하실 때 제주도 하면 고두심이고, 고두심이 제주도라고 하시면서 손편지를 써주셨어요. 저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제주의 혼인 해녀를 대변하는 인물을 제가 꼭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는 고두심을 두고 썼다고 하셨다며 제가 아니면 작품을 덮으려고 했다고 하셨죠. 그 마음에서 진실성이 느껴졌어요.”

“고향인 제주도에 가서 촬영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19세 때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계속 지냈지만 고향에 대한 기억, 음식 등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죠. 제 가족과 친구들이 다 제주도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고향을 떠났지만 제주도 사투리를 잘해요. 촬영하면서 해녀 삼촌들과의 교류 관계도 좋았어요. 제주도분들 중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없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밥도 주고 재워줄 것 같은 분위기였죠. 이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저 역시 치유 받았어요.”

고두심은 ‘빛나는 순간’의 33세 나이차 로맨스가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 ‘빛나는 순간’은 로맨스보다 중요한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인생과 아픔, 고두심은 제주도 출신으로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했다. 관객들에게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그의 목표이기도 했다.

“‘빛나는 순간’에서 보여지는 남녀의 사랑은 흔치 않아요. 정말 특별하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쩌다 마주 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진옥은 경훈에게 바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아요. 하지만 속으로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경훈이 계속 주위에 맴돌고 자주 마주치다 보니 그에게서 자신과 같은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진옥은 ‘내가 손을 내밀면 그 사람이 치유 받지 않을까’ 생각했을 거예요. 이런 마음에서 진옥의 사랑의 감정이 싹 틔웠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33세 나이차를 뛰어넘는 사랑으로만 치부하는 건 아닌 것이죠.”

“이 영화에서 남녀의 로맨스는 메인이 아닌 보너스예요. 영화를 보면 4.3 사건 등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서 피력하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그 지점에 감동을 받았어요. 누구보다 이 아픔을 스크린에 표현할 자신이 있었어요. 제가 51년생인데, 1948년에 일어난 일을 제가 겪은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거든요. 특히 진옥이 4.3 사건에 대해 이야기는 신이 원신 원컷으로 촬영됐는데 감독님이 주신 대사보다 제가 직접 더 만들어서 무당이 신들린 것처럼 표현했어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이 아픈 이야기를 제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고두심과 지현우의 로맨스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극 안에서 나이차를 생각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낸다. 맑고 순수한, 깨끗한 제주도 풍경같은 두 사람의 감정 공유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처음엔 어떤 젊은 배우가 저와 호흡을 맞출지 궁금했어요. 제가 나이가 많아서 나이차를 뛰어넘는 생각을 가진 배우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현우 배우가 경훈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처음엔 케미가 잘 나올지 걱정했어요. 여리여리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났거든요. 촬영에 임하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요.”

“외유내강 스타일에 남성적인 면을 보여주더라고요. 같은 배우로서 이 사람이 궁금해지더라고요. 후배로서도 바람직한 면이 많이 보였어요. 새벽 일찍 나와서 해녀 삼촌들이 물질하러 나갈 때 안부 인사까지 하는 성실한 배우죠.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았고 지현우라는 배우의 가능성이 보였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명필름 제공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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