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나서 기사도 잘 못 찾아봤어요. 근데 주변분들께서 신나게 캡처하고 링크 걸어서 보내주고 좋아해주세요. 덕분에 저도 행복해요. 마치 신인 투수가 구원 투수가 된 기분이에요"
영화 '발신제한'이 지난 23일 개봉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피디한 전개와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 등 여러가지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연'을 맡은 조우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명품조연'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조우진은 이번 영화로 배우 인생 첫 단독 주연 타이틀을 획득했다.
"심장이 덜컹거리는 느낌이었어요. '주연'이라는 단어가 저한테 맞는걸까 싶기도 했고요. 시사 앞두고 주변에 연락을 드렸는데 제가 거친 과정을 수없이 겪은 몇몇 선배님들은 '여보세요?' 전에 '힘들지?' 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할말이 없었어요. 또 촬영할때는 제가 품고 싶지 않았던 다른 마음이 생길까봐 초심을 제일 먼저 떠올렸죠. 너무 감개무량해요. 흔들리지 않도록 정신줄 부여잡고 있으려고요"
주연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에 짓눌려 연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조우진은 최대한 주어진 역할과 대본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과 오랜시간 디테일하게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럼에도 그는 성규가 놓인 비일상적인 상황에 관객을 공감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작업하면서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나 싶은 정도였어요. 성규라는 인물이 가진 다급함, 비일상 속에서 나오는 서스펜스, 장르적 재미 같은 것들이 필요했죠. 농도와 밀도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고요. 모자라거나 넘치면 받아들이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죠. 최대한 많이 공감하고 상황에 들어오게하는 연기에 고민이 많았어요"
"성규는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자수성가형이에요. 일과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 그렇게 해야 일과 가족을 잘 지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 인물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휘말리다보니 더 뜨거워지고 호흡도 높어지고 극적인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이 담긴 것 같아요"
'발신제한'은 극중 성규가 차에 타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조우진은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연기해야했다. 그 안에서 여러 심경의 변화를 오로지 말과 표정으로만 전해야했기에 쉽지 않았다. 조우진 스스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크게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어려운 환경 탓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만족스런 장면은 없었어요. 제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지를 못하거든요. (제 연기에서) 아쉬운 건 중반부부터 벌어지는 감정선 같은 부분에서 저 나름대로 좀더 정리가 됐으면 어떨까, 힘 조절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촬영이 결코 쉬운 환경은 아니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박한 조건을 주신건 아니지만요. 좁은 공간에서 촬영하려다보니 많은 스탭분들이 수고를 하셨죠. 촬영감독님도 웅크려서 찍고, 녹음할 때는 채널을 10개 넘게 사용하기도 했어요. 조명도 표정, 핏대 같은 모든걸 담아내려 하셨죠. 저 또한 그분들의 노력에 누가되지 않도록 최대한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