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 이어서…

‘리누’로서의 활동은 10년이지만, 그가 가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긴 기간 동안 소위 말하는 ‘무명’으로 지내왔던 리누는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그때를 되새겼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무명 기간 동안 가수의 꿈을 놓지 않게 해준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리누는 “주변의 응원도 힘이 되긴 했지만, 저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20년간 노래라는 끈을 놓지 않았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노래를 연마했고, 그 아이들한테 좋은 기술이 있으면 가져오기도 했죠. ‘언젠가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이 컸고,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그거 하나로 버텼죠. ‘보이스킹’이 아니었어도 음악은 40, 50살까지 계속 했을 거예요.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못하다는 갈증도 너무 컸기 때문에 ‘언젠가는 끈이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기다렸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가수라는 꿈에 몸을 던졌던 20대 시절은 우여곡절 투성이였다. 리누는 “사기당하고, 회사가 없어지고, 누구한테 내가 팔려가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한 번에 좋은 회사에 갈 수도 있는데, 저는 가는 데마다 그렇더라.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다 보니 잘 안됐고, 2010년에 리누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회사를 잘 재보면서 옮겨 다녔다. 초반 10년은 인생에 대해 배운 순간”이라고 털어놨다.

장르 역시 흑인음악에서 대중적인 발라드로 바뀌었다. “원래 좋아하는 음악이 R&B나 재즈 쪽”이라고 밝힌 리누는 “‘리누’라는 이름으로 냈던 첫 앨범은 R&B였다. 빠른 노래도 있고 디지털 힙합도 있었는데 점점 발라드, 가요 쪽으로 틀었다. 보컬이 높고파워풀하다 보니 장점을 내세우려면 발라드를 해야겠더라”라면서도 “나중에 자리를 잡고, 누가 봐도 리누라는 사람을 인정해 주는 상황이 된다면 다시 R&B나 재즈 쪽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컬 트레이너로서 활동하며 만난 제자들과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리누는 “‘보이스킹’에 함께 출연했던 아일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제 제자의 제자더라. 신기했다. 브레이브걸스 민영이도 같은 팀으로도 앨범을 냈고 제가 노래를 많이 잡아주기도 했다”고 인연을 전했다.

“제가 가르쳤던 애들이나 같이 데뷔 준비를 했던 친구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부럽고 배도 아팠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제 자신이 작고 초라해지기도 했어요. 그럴때마다 조금씩 더 이를 갈았어요. ‘나라고 못 할 것 같아?’ 하는 오기로 버텼어요. 그런 갈증이 ‘보이스킹’을 통해 해소가 많이 됐죠. 실제로 인정도 많이 받았으니까요.”

리누는 자신처럼 힘든 무명 시기를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부분과 희망적인 부분을 동시에 말해주고 싶다”며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건 선을 그어뒀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건넸다.

“좋아한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거든요. 현실적인 면에서 꼭 조언 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시간을 허투루 쓰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능력이 없는데도 5년, 10년 동안 꿈과 희망만 갖고 더 고생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요. 그 반면, 희망적인 부분으로는 저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해요.(웃음) 대신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갈고 닦아야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상태로 기다리면 돼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을 안 믿었는데 현실 되니까 그 말이 와닿더라고요. ‘때가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될 사람은 언젠가는 된다고 생각해요.”

리누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제 이름의 앨범이 차트 TOP100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 더 큰 목표는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또 하나는 ‘무명가수 20년’, ‘재야의 고수’, ‘고인물’이라는 딱지를 끊는 가수가 되고 싶다. 별다른 스토리텔링 없이 그냥 ‘가수 리누’로 다가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기존의 수식어들을 떼고 앞으로 새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제가 잘하다 보면 생기겠죠?(웃음) ‘보이스킹’ 우승 후에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어요. 금방 사라지느냐, 기회를 활활 태워서 잘된 가수의 뒤를 따르느냐. 제일 큰 과제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제이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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