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주케냐·탄자니아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1월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았다.

사진=연합뉴스(윤종원 IBK기업은행장)

2014년 미국 법원은 1998년 주케냐·탄자니아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 피해자들에게 이란 정부가 테러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배상을 하지 않자 피해자들이 IBK기업은행 상대로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있는 자금을 배상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욕 연방남부지방법원은 피해자들이 지난 1월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IBK기업은행 공시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을 통한 소송을 원할 경우 7월 28일(미국시간 기준)까지 미국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법적 다툼이 한국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55억2109만달러(약 6조35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판결 내용에 대한 IBK기업은행 공시를 보면 판결 내용은 ‘원고(피해자 및 유족들)들이 제기한 소를 조건부 각하’로 돼 있다. 사유는 ‘편한 법정지 법리에 근거하여 한국에서의 소송 진행 관련 일정한 조건을 부과하고 원고들이 미국 뉴욕에서 제기한 소를 각하함’이다. 미국 법원이 부과한 조건은 ‘원고들이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당행은 소송서류의 송달을 수령하고 재판관할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에 관한 항변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IBK기업은행 측은 본지에 “미국 법원에서 1심 일부 조건이 부가돼 각하됐으며 나머지 세부사항은 소송 중인 사항으로 알려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계좌 내 자금을 테러 피해자에게 전달하면 이란과의 외교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은 2010년 개설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해당 계좌를 통한 거래도 중단됐다.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정부는 해당 자금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에도 이란 중앙은행의 계좌가 개설돼 있지만 테러 피해자들은 IBK기업은행 계좌의 자금만 요구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계좌이 이란 중앙은행 측 자금이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내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패소해 이란 중앙은행의 예금이 테러 피해자들에게 넘어가면 이란 정부가 자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를 직접 만나 자금 반환을 요청했다. 

IBK기업은행 측은 본지에 “이란에서 현재까지 사측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