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넘버, 마음을 흔드는 메시지까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무대로 관극의 맛을 살린다.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다. 여기에 혁명을 선도하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통해 두 여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굶어죽는 시민들은 무시하고 사치를 일삼는 귀족들을 증오하며 혁명을 선도한다. 천진난만하게 최고의 자리를 즐기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 사건'을 통해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된다. 이후 마그리드는 나락으로 떨어진 마리를 지켜보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발견하고 진실과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다. 부조리에 대한 반발, 거짓으로 일궈낸 혁명을 통해 이 같은 주제를 부각시킨다. 현 시대에도 여전히 정의에 대한 갈증이 있는 바, 어느정도 대리만족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와닿는건 시대적 비극 속에 갇힌 인간들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루이 16세는 왕보다 대장장이가 되길 원했고, 마리는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엄마로서 행복한 삶을 원했다. 소박한 꿈이지만 정치적 혼돈 속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니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뮤지컬을 볼때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되려 클라이맥스에서 몰입이 깨질 수도 있겠다. 후반부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 있다. 마그리드가 마리와 같이 시간을 보내며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데 썩 와닿지는 않는다. 같은 이니셜을 가진 두 인물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가족사가 개입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작위적어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대는 화려하고 넘버는 웅장하다. 18세기 화려했던 로코코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보석과 드레스, 가발 등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그리드를 중심으로 군중들이 함께하는 '더는 참지 않아' 등의 넘버는 투쟁의 목소리를 담는 만큼 전율을 일게한다. 반면 마리의 '최고의 여자' 등은 감미롭고 아름답게 펼쳐지며 다채로움을 더한다.

초연부터 세 번째 참여하게 된 김소현은 마리 앙투아네트 장인답다. 마리의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모성애 가득한 강인함까지 표현하는데, 이때의 보컬 변화가 눈에 띈다. 곡에 따라, 감정에 따라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며 변화구를 던진다. 특히 후반부 오열하며 목놓아 부르는 신에서는 진심으로 관객을 울릴 수 있는 힘이 있는 배우라는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마그리드 아르노 역 정유지는 혁명을 선도하는 여전사답게 파워풀하다. 앙상블과 함께하는 넘버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뚫고 나올 정도로 시원한 가창력을 자랑한다. 페르젠 백작 역 민우혁도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감성 그득한 연기와 노래로 완성도를 더해준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이어진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 김소현과 김소향, 마그리드 아르노 역 김연지와 정유지,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비투비), 도영(NCT) 등이 출연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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