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중계가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는 MBC가 일부 국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부적절한 사진 사용과 문구로 논란을 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선수단 등장에는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사고를 연상케 하는 사진을 사용하는가 하면, 최근 대통령 피살로 충격에 빠진 아이티를 소개하며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루마니아 선수단 입장에서는 영화 ‘드라큘라’ 이미지를, 마셜제도를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올림픽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인만큼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에 MBC는 중계를 마무리하며 아나운서들이 사과에 나섰지만, 사태가 사그라들지 않자 MBC 측에서 재차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외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국제망신이라는 지적까지 받아야 했다. 그리고 전날에는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의 경기 중 자책골을 기록한 라즈반 마린을 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내 질타를 받았다.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에서 상대방 선수에 대한 조롱 섞인 문구로 부적절 했기 때문.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지만 인기종목에 대한 과도한 집중 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전날 KBS, MBC, SBS 3사는 축구 예선 경기를 중계했다. 동시간대에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다른 종목들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인기 종목인 축구를 선택한 셈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는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방송 채널별·매체별로 순차 편성을 권고했다. 중복·동시 편성으로 시청자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권고가 내려졌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수익성의 문제라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지만 시청자의 볼권리는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다. 이날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동안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훈이 출전한 태권도 68㎏급 동메달 결정전이 진행됐다. 또 한명목 선수가 출전한 역도 남자 67kg급 결선, 여서정 이윤서가 출전한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도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16강에 탈락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하며 응원 받아온 이대훈,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저력을 발휘해 4위를 기록한 한명목,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로 대를 이어 올림픽 금빛 사냥에 나서는 여서정 등 그 의미도 남달랐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도쿄올림픽 시작 전 방송사들은 저마다의 경쟁력으로 각 분야의 기념비적인 선수들을 해설위원 등으로 내세우며 자신감을 표출해왔다. 그만큼 올림픽 중계에 각 사가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림픽 4일차에 접어든 지금. 시청자들은 보다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국제 대회 중계가 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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