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런 분위기에 극장을 찾는다는건 용기죠. 관객분들의 그런 용기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진짜 큰 힘이 돼요" 

영화 '모가디슈'가 관객수 185만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올림픽이라는 축제가 겹친 시기에 개봉한 만큼 관객 동원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온전한 상태라면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았을 수 있지만 류승완 감독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며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는 안전문제 등으로 여행이 어려운 곳이기에 모로코 에사우이라에서 대신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약 4개월간 현지에서 동고동락하며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작품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처음 로케이션으로 고려한 곳은 케냐였어요. 흑인국가라 인물들 캐스팅도 용이할텐데 몇년 전에 테러 문제가 있었거든요. 안전도 고려해야했죠. 모로코에서는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찍기도 했고, 또 모로코가 영화 인력, 장비 수급이 유리한 면이 많았어요. 그렇게 갔는데 생각보다도 더 좋은 환경이었죠"

소말리아는 한국인에게 분명 생소한 곳이다. 류승완 감독 역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통해 소말리아 내전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 외에는 아는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모가디슈'에 더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류 감독은 실화였던 영화 속 사건에 대해 알게된 후 강렬하고 극적인 상황에 단번에 매료됐다. 그리고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모가디슈 구현하기에 나섰다.

"사건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덧셈보다 뺄셈이 더 중요했어요. 당시 미국대사관 쪽 자료나 소말리아 국영티비 담당자분이 탈출한 후에 쓴 영문수기 같은 것들을 구해서 봤죠. 우리 시선이 아닌 당시 현지인들의 시선에서의 상황들을 볼 수 있었어요" 

"내전이 시작되고나서 시체들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는 표현, 북한 대사관이 습격당하는 과정에서 기록하신 분이 목격한 장면들. 그런 것들은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들이거든요. 탈출의 결과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볼때 어떻게 하면 가짜가 아닌걸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많이 빼야했던거죠. 첨가한거라면 책과 모래주머니로 차량 방탄장치 만든 것. 큰 줄기에서는 벗어나지 않으면서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민했어요"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1991년 모가디슈로 떠나게 된다. 그만큼 현지 분위기를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건물과 현지 배우들에 대한 준비는 물론, 의상, 소품 하나하나 세심하게 공들였다. 250억원이란 거대 예산이 투입됐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결코 여유로운 살림이 아니었다. 류 감독은 "소말리아 현지 룩을 구현한건 미술팀의 헌신적인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며 스태프들의 노고에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공간 배경에 공을 들이다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베를린에서 찍건 모로코에서 찍건 춘천에서 찍건, 결국은 그곳이 사람이 사는 곳인 것처럼 체험하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소말리아에 관한 자료에 근사치로 가고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시장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정말 허허벌판에 만들었어요"

"실제로 소말리아에서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자문도 많이 해줬어요.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얘기 전해주기도 하고. 다행히 로케이션지로 정한 에사우이라가 모가디슈와 건축양식 등이 굉장히 비슷해요. 모로코 주재 소말리아 대사관 직원이 '최적의 로케이션 찾은것 같다'라고도 했거든요. 또 카체이스 드라이버분이 과거에 항공 드라이버였는데 92년도에 소말리아에 있었다고 해요. 그 분도 미술세트를 보고 자기 있었던 곳과 너무 비슷하다고 했어요. 그때 엄청 기분 좋았죠. 노력한 보람이 있었어요"

'짝패'를 시작으로 '부당거래' '다찌마와 리'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까지. 크고 작은 스케일의 영화들을 해온 경험 많은 류승완 감독이지만 '모가디슈'를 통해 또 한번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 올로케이션이라는 흔치 않은 경험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까지 재차 느끼게 됐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어요. 찍다보니 체력이 정말 중요하구나 싶었거든요. 체력이 부족하면 집중력도 흐려진다는걸 다시 배웠어요. 대신 이번 현장은 힘든데 너무 좋았어요. 당장이라도 현장을 다시 가라고 하면 갈 용의가 있어요. 물론 같이 했던 사람들이 같이 간다고 보장은 못하지만요(웃음). 좋은 경험이었고 큰 배움을 준 시간이었어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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