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모가디슈'는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들이 참여를 결심한건 류승완 감독의 존재였다. 류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극찬은 물론, 자신을 믿고 4개월간 고된 촬영을 함께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윤석은 한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역을 맡았다. 늘 그렇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여줬다. 그런 그와 적군에서 동지로 변하는 북한 림용수 대사 역 허준호 역시 연륜이 묻어나오는 여유있는 연기로 안정감을 더했다. 두 배우 모두 과하지 않게 적정선을 지킴으로써 보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김윤석 선배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일상적인 느낌을 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어요. 강력한 포스를 내뿜는 역도 많이 하셨지만 '완득이' '거북이 달린다'에서 보여준 모습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서민적인 모습. 그러나 무너진 모습을 연기할 때도 품위를 잃지 않는 느낌이죠. 이 역할에 바로 떠올랐어요. 또 굉장히 철저히 준비하세요. 저와 영화에 대한 해석이 같았지만 제가 놓친 부분도 많이 짚어주셨죠. 인슐린 관련 내용은 김윤석 선배님 아이디어다.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고 큰 힘이 돼주셨죠"

"허준호 선배는 '인랑'에서 본 그 얼굴이 너무 좋았어요. '저 배우를 내 카메라 앞에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세월의 풍파가 할퀴고 간 그 얼굴이 어떤 설명 없이도 드라마가 되죠. 너무 황홀했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따뜻하게 지어주신 미소가 너무 좋았어요. 전 엄청 긴장했는데 '해볼게요' 라고 해주셨어요. 그때 '진짜 정신차리고 잘 해야겠다' 생각들었죠. 또 어려운 현장 경험도 많으세요. 이번 촬영에선 매번 직접 본인이 커피 내려서 숙소 마당에 갖다주시기도 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해요"

강대진 참사관 역 조인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모가디슈'에서는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조인성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껄렁껄렁하면서도 재치있고 강단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현했다. 류 감독은 그의 연기력 뿐 아니라 바른 인성에도 반해 차기작 '밀수'까지 함께 하고 있다. 또한 태준기 참사관 역 구교환에 대해서도 칭찬을 잊지 않았다.

"조인성 배우는 대본 보기 전에 콘셉트만 듣고 합류 의사를 전했어요. 현장에서는 스스로를 놓고 헌신적으로 연기에 임해줬고요. 촬영 때마다 배우들, 스태프들 다 보살펴줘요. 누가 어떤 부분에 힘들어하니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등의 얘기도 대신 전달하고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구나 감동적인 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름처럼 인성이 대단해요. 김윤석, 허준호 등 선배님들 대할 때도 진심으로 존경하는 모습이 보여요. 후배들 역시 진심으로 대하고요. 스태프들 이름도 하나 하나 다 외우고 불러요. 예능에서 보시는 조인성의 좋은 모습들이 다 진짜예요. 꾸며진게 아니고, 되게 멋지고 좋은 사람이에요. 연기는 또 재밌게 맛깔스럽게 하죠. 이제 조인성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다음 작업도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줬죠.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구교환 배우는 영화제에서 보면서 팬이었어요. 너무 신선한 얼굴이어서 찍으면서도 그 신선도가 주는 재미가 있어요. 또 묘한 매력도 있죠. 목소리도 그렇고. 몸도 작은데 저 작은 사람이 악을 쓰고 달려드는걸 보면 땡깡부리는것 같기도 해요. 근데 그게 북한의 모습 같기도 했어요.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에서 예상치 못한 지점을 획득해준 것이 많았죠"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직전 연출작은 '군함도'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스타 배우들이 모두 모였고 스케일 역시 '모가디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6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군함도'의 경험이 있었기에 '모가디슈'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 영화 모두 고립된 상황 안에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근데 '군함도'가 없었다면 '모가디슈'는 못 만들었을 거예요. 그대 했던 몹신 연출들, 심도 깊게 쓰는 방식의 화면구성들, 그런 것들에 대한 훈련이 있었기에 '모가디슈'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모가디슈'가 호평받는 또 하나의 지점은 한국영화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신파가 없다는 것. 억지로 감동을 유발하는 장면을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눈물을 머금게 하는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류 감독은 이에 "너무 극적인 상황일수록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생각하다보니 제자리를 찾아가는거죠"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차기작 '밀수' 준비에 한창이다. 1970년대 평화롭던 작은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밀수에 휘말리게 된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활극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어떤 소재나 인물에 이끌리는건 의식보다 무의식의 작용이다"라고 밝힌 류 감독. 그는 "저에 대한 명성이나 시선보다는 제가 만든 영화를 어떻게 봐주시는지가 더 중요하죠"라며 앞으로도 카메라 뒤에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을 재차 다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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