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9월이 오면 국제무대에서 젊은 한국인 현악사중주단으로서 이례적 행보를 걷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과 ’아벨 콰르텟’의 전∙현직 비올리스트 4명이 한 무대에 오른다.

젊은 실내악 장인들은 계절과 어울리는 총 7곡의 비올라 사중주와 이중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4대의 비올라만으로 화려한 고음 멜로디 라인부터 중후한 최저음까지 다양한 파트를 수행한다. 오는 9월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포 비올라(For Violas)’로 청중과 만나는 아벨콰르텟의 문서현(24)을 만났다.

이날 공연에서 바흐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녹스의 비올라 스페이스 듀오 4번 ‘9개의 손가락’, 프랭크 브리지의 2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가, 바인치엘 4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 헨리 퍼셀 4대의 비올라를 위한 환상곡 10번, 녹스의 마랭 마레 ‘스페인풍의 라폴리아’, 보웬 4대의 비올라를 위한 환상곡이 울려퍼진다. 소나타, 협주곡, 판타지, 4중주곡 등 그야말로 비올라 성찬이다.

오스트리아 빈을 베이스로 활동 중인 베이스아벨 콰르텟은 단원 모두가 국제 콩쿠르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2014년 결성 직후부터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1위, 제11회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 및 청중상, 제71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현악사중주부문에서 3위를 수상했다.

같은 해 제5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 우리 실내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현악사중주팀으로는 처음으로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로 선정돼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비올라의 목가적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곡들로 구성했어요. 중간중간 듀오곡을 연주하는데 2곡 모두 다르면서 현대적인 작품이죠. 비올라가 낭만주의 시대보다는 근현대에 와서 훨씬 더 주목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레퍼토리가 이번에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4중주를 연주할 때 각 성부 소리와 솔로 파트가 다양하게 어우러져 듣기에도 좋을뿐 아니라 네 연주자의 퍼스낼리티를 뚜렷히 확인할 수 있죠.”

특히 현존하는 비올리스트 녹스 앞에서 그의 곡을 연주한 적이 있어 각별히 애착이 간다. 비올라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곡이라고 귀띔한다.

원래 서울예고 1학년 때까지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비올라 음색에 매력을 느껴 전환했다. 운 좋게도 풍부한 음색을 표현하는데 제격인 두툼한 손이 날개를 달아줬다. 서울대 음대 입학 후 군대를 다녀와서 자퇴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지네티 국제콩쿠르 1위. 동아음악콩쿠르 1위에 빛나는 솔로이스트 겸 실내악 주자다.

이번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노부스 콰르텟에 대해 “고등학생 때부터 공연마다 보러 갔어요. 형님들의 연주는 정확도가 좋고, 앙상블의 수준이 매우 높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짠하고 맞는 콰르텟 사운드가 잘 구현되는 팀이죠. 바이올린 주자가 여성인 아벨 콰르텟이 따뜻하고 섬세하다면 노부스 콰르텟은 서늘하고 파워풀하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처럼 전형적인 솔로 악기보다는 화려하지 않거니와 연주 프로그램이 적어 솔로 무대 수요는 적지만 앙상블이나 협연무대는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다. 더욱이 요즘 비올라만의 특징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라 희망적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음악 그리고 음악가들이 존재한다. 20대 음악가는 어떤 사유를 하고 있을까. “음악이 목적이어야 할 거 같아요. 전달자인 내가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이겠죠. 목적은 무대 위에 음악을 숭고하게 펼쳐놓는 것이고요. 성실한 연습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을 계획하는 것도 우리의 사명인 듯해요.”

문서현은 연주자로서만 자신을 정의하고 싶지 않단다. 관심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작가 활동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죽는 날까지 음악을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프죠. 호기심과 열정이 식지 않는 연주자이기를 원해요. 언젠가 90세의 대가를 만난 적이 있은데 호기심 가득한 살아 있는 눈빛에 감동받은 적이 있거든요.”

문서현은 10월 뮌헨 힌데미트 국제콩쿠르에 참가한다. 2년 만의 콩쿠르 도전이다. 이어 국내에서 듀오, 4중주, 8중주 연주 일정이 빼곡하다. 틈틈이 인스타그램의 클래식 음악페이지 운영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2018년부터 영상 공유 페이지를 운영해 오고 있어요. 팔로어는 9만명이고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음악뿐만 아니라 관심사가 굉장히 많아서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들을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어서 발제해 업로드하고 있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진행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서(웃음)”

독일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을 할 때 노래 커버영상을 많이 올리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아이돌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래서 녹음해놓은 파일 및 영상도 깨나 된다. 자이언티. 크러시 등 분위기 있는 미니멀한 힙합에 어울리는 보컬톤을 지녔다고 자평한다.

이렇듯 연습 외 시간엔 좋아하는 영상 편집에 요리하는 것도 즐겨 1인가구 라이프가 심심할 틈이 없다고 자랑한다.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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