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서 넬의 사운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31일 밴드 넬이 화상으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 중 자신들의 색깔이 잘 묻어난 노래를 언급했다. 그 노래는 2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에 있다.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지난 8집 'Colors In Black'을 작업할 당시, 태국에서 순수한 감정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앨범 작업에 집중했다는 넬. 9집 작업은 소속사 스튜디오에 머물면서 진행했단다. 

넬 기타리스트 이재경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라이브 공연도 같이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됐다. 어쩔 수 없이 앨범에 올인하자는 마음에 홍대에 머물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넬 보컬 김종완은 "다른 데 갈 수도 없었다. 투자한 스튜디오에서 뽕을 잘 뽑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에는 앞서 싱글로 선공개한 'Crash', 'Don't hurry up', 'Duet'을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은 특별히 '유희'와 '위로(危路)' 더블 타이틀곡이다. 

먼저 '유희'는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리얼 악기의 밸런스가 매우 돋보이는 트랙으로 팝과 록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게 특징이다. 이어 '위로'는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을 몽환적인 보컬과 따뜻한 사운드로 표현했다. '유희'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이에 김종완은 "'유희'는 기존 저희가 해온 사운드의 연장선상에 있던 곡인데, 기존 곡들보다 만족도가 높았다"며 "'위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타이틀곡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음악적인 만족도가 높아서 수록곡으로 두기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대표했으면 좋겠다 싶어 선정했다"고 선정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둘 다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넬의 사운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딱 하나 콕 집어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항상 타이틀곡 선정이 어려웠다는 넬.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준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예전에는 어떤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어떻게 느낄까 저희 넷과 주변 소수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했어요. 요즘에도 대중을 신경 쓰긴 하지만, 넬이라는 팀으로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 앨범을 얘기하고 싶은지 생각해요. '현시점 넬의 사운드가 이런 것이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그걸 잘 포함한 곡이 무엇인지 타이틀곡 선정에 핵심 기준이 됐어요. 여전히 힘드네요." 

넬은 인터뷰 내내 '현시점 가장 넬 사운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현시점 넬의 사운드는 어떤 걸까. 

"일단 저희 넷이 하는 것이죠. 딱 어떤 장르라고 규정짓긴 어려워요. 일단 저희는 프로그래밍과 리얼 악기 조화를 중시해요. 여기서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어요. 또 감정을 비워내면서 밀도를 높여나가고 있어요. 지난 4, 5년간 연구하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규 앨범과 함께 공개되는 '위로'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이민기가 출연한다. 김종완은 "'위로' 뮤직비디오에선 소리 있는 대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과 어울리는 이미지나 눈빛이 굉장히 중요했다. 때마침 민기 씨와 '그리고, 남겨진 것들'에서 한 번 호흡을 맞췄고, 그때 저희 음악에 어울리는 눈빛과 표정을 보여줬던 게 생각났다. 바쁜데 불구하고 흔쾌히 응해줬다.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출연 계기를 공개했다. 

베이시스트 이정훈은 "민기 씨 출연으로도 느낌이 찰떡처럼 딱 맞게 잘 나왔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넬은 9집 'Moments in between'에 수록된 곡 가사들이 또 다른 핵심 포인트이자 동시에 지난 앨범들에서 볼 수 없었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타임라인처럼 순서대로 진행돼요. 앨범 부제를 'bits and pieces'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시도였고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앨범을 들으신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으면서 얻는 즐거움과 기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종완이가 쓴 가사들이 현실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사람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가사일 수도 있는데, 화자와 청자 입장을 오가면서 들으시길 추천합니다."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넬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불안한 상황.

넬은 "3, 4월부터 계획했고, 이전 공연들처럼 무대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중점을 두고 준비 중이다"며 "불안감은 있다. 이후 취소되면 어쩔 수 없으나 최대한 방역수칙 지켜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완은 오는 17일부터 MBC 새 서바이벌 오디션 '극한데뷔 야생돌' 트레이너 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이전에 JTBC '슈퍼밴드', tvN '포커스'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나, 아이돌 심사는 처음이었다. 

김종완은 "처음에는 1, 2회 잠깐 출연해 응원하는 줄 알았는데, 점점 촬영 횟수가 많아졌다"며 "다른 아이돌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본 입장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도움드리고 싶다. 뽑는 입장이 아니라 응원자이자 조력자로 봐주시면 되겠다"고 예고했다. 

끝으로 넬은 새 앨범을 듣게 될 대중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남겼다. 

"이렇게 답답한 시기가 길어질 것이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많이 심적으로 답답함을 느끼실 텐데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각자 마음을 잃지 않고 잘 버티셨으면 합니다. 저희 앨범이 여러분께 작게나마 위로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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