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예능 방송인데 이렇게까지 과몰입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뭉쳐야 찬다2'와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이야기다. 

사진=JTBC '뭉쳐야 찬다2'

시즌2로 돌아온 '뭉쳐야 찬다'는 시즌1 때 활약했던 일부 멤버들을 남겨두고 어쩌다FC 입단 오디션을 진행했다. 특히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참가 기회를 줘서 그들이 속한 종목을 더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5주간 걸친 오디션 끝에 어쩌다FC에 이장군(카바디), 강칠구(스키점프), 김준현(스켈레톤), 허민호(트라이애슬론)가 최종 발탁됐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4명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 종목 출신 선수들이었다. 

오디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최종 멤버로 선발된 4명을 포함해 아쉽게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걸 잊게 할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오디션에 임하며 불태웠기 때문이다. 박정우의 경우, 현역 씨름선수임에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오디션에 올인했다. 더 이상 테스트가 불가능함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지원자들과 함께 하는 등 간절함을 드러냈다.

지원자들의 마음가짐은 마지막 테스트였던 어쩌다FC와의 경기에서 드러났다. 지원자들 중에선 '뭉쳐야 찬다' 때문에 처음 축구를 접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어쩌다FC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몸을 던지는 등 악착같은 모습을 보였다. "더 뛰어야 된다"고 강조했던 이동국 코치의 한마디를 이들이 실현했고, 결국 지원자들이 3대 0 완승이라는 이변을 연출했다. 

사진=SBS '골 떄리는 그녀들'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자들 또한 '뭉쳐야 찬다 2' 지원자들처럼 승부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 이목을 끌고 있다. 설 특집 파일럿 때,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개밴져스나 전패당한 구척장신은 당시 느꼈던 감정을 곱씹으며 정규 편성될 때까지 지독하게 훈련하며 설욕을 다짐했다.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개밴져스는 부상병동이라고 일컬을 만큼 몸이 온전했던 멤버들이 없었다. 오나미는 더 이상 뛰면 안 된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뛰겠다고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안영미는 2002년 월드컵 황선홍을 연상케 하는 붕대투혼을 선보였다. 그렇기에 아쉽게 탈락했을 때 이들이 흘린 눈물에 시청자들까지 공감하며 그들을 위로했다. 

기적의 준결승 진출을 일궈낸 구척장신 또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주장 한혜진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호흡이 60~70%까지밖에 올라오지 않는다”고 호흡기 이상을 언급했음에도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겠다는 일념으로 불살랐다. 

그저 예능 프로그램일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걱정될 수준이다. 축구가 거친 스포츠인 걸 알기에 각자 안전을 위해 적당히만 하더라도 크게 비난할 사람은 없다. 멤버에 합류해도, 우승을 해도 엄청난 훈장이나 보상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출연자들은 승부와 그 순간에 과몰입한다. '합류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솔직한 감정이 방송을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매 순간 진심으로 임하게 된다. 결국 이는 브라운관 너머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돼 감동을 주고 있다. 이것이 스포츠가 가진 치명적인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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