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저는 디피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있어요. 어떤 에피소드를 하나가 좋았다고 하면 다른 에피소드가 질투를 할 거 같아요. 굳이 뽑자면 오프닝 크레딧이 좋았어요. 그 자체로 하나의 신이자,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 안준호, 혹은 호열이나 조석봉을 넣어도 되잖아요. 그 오프닝 시퀀스 자체가 마음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거 같아요”

출세작인 ‘꿈의 제인’을 시작으로 구교환은 다수의 상업영화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그에 반해 어딘가 있을 법한 한호열은 구교환이 연기한 종전의 캐릭터들과 결이 다른 인물.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일상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코미디 요소도 있었다.

“여러 캐릭터에 대한 소감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관객의 소감으로 남겨두는게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제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이 신나고 즐거웠어요. 오히려 한호열이 낯설기 때문에 재미있는 지점도 있었어요. 제가 잘 알고 있는 지점의 인물은 아니거든요. 매 작품 같은 마음으로 인물을 대하는거 같아요. 매번 긴장되고, 신나고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디피조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정해인과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해인은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라며 구교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해인 배우와 함께 호흡을 하게 된다고 하니 기뻤죠. 다른 구질을 가진 두 인물이 만나겠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만나본 정해인 배우는 내공이 굉장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제가 정해인 배우를 스타일리시하다고 표현 했는데, 정해인 배우가 가지고 있는 태도가 있어요. 상대방의 에너지를 온전히 다 받아줄 수 있는 능력치는 고수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세월을 보냈기에 이렇게 단단해진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제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유기적으로 붙은거 같습니다.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라고 느낀거 같아요”

작품 외적인 이야기지만 ‘D.P.’를 본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 중에는 구교환의 실제 나이에 관한 것도 있었다. 4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 외모로 20대의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냈기 때문.

“의상, 분장 팀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죠. 제가 믿고 있다면 시청자 분들도 믿고 잇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반대로 제가 60세 나이를 연기할 때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분장을 할 거 같아요”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구교환. 공식적인 그의 첫 출연 영화는 대학 친구이기도 한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단편 ‘아이들’이었다. 12년 전 연기를 시작하던 구교환과 지금의 구교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같았으면 좋겠는데…되려 제가 궁금하네요. 그때의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진욱이를 연기할 때의 마음과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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