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를 통해 관객분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게되고 안 당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촬영 전 고사를 지낼때도 '이 영화로 인해 피해자가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거든요"

배우 김무열이 영화 '보이스'를 통해 역대급 악역으로 변신했다. 그가 연기한 곽프로는 철저한 계획으로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 '이거 보이스피싱이야'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김무열은 캐릭터의 악랄함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실제로 만난다면 패버리고 싶다"고 격하게 치를 떨기도 했다.

"곽프로의 행위들을 보면서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였어요. 실제로 만난다면 패버리고 싶더라고요. 범죄를 통해서 자기의 우월함을 느끼고 조롱하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인 것 같아요. 공감이라고 말하면서 분석하고 파헤치죠.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해할 수 없었죠. 진짜 화도 많이 났고요"

극중 곽프로는 대기업 출신에서 범죄에 빠지며 타락하게 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그는 오로지 돈만 보고 달린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게임처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우리는 직접 죽이지 않아. 자기가 죽게 만들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극중 서준(변요한)뿐 아니라 보는 관객의 분노까지 일으킨다.

"곽프로는 사람들이 얼마나 피폐해져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 실패의 단상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실체가 없는 돈을 좇는 사람들의 욕망, 그로인해 사람이 망가지는 것. 끔찍하고 무서웠어요"

"'우리는 직접 죽이지 않는다. 자기가 죽게 만들지' 라는 대사. 정말 화가났죠. 근데 감독님들이 쓴 대사가 다 이랬어요. '보이스피싱은 공감이야' 라는 대사도 너무 허무맹랑하고 관념적이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거든요. 그런 대사들이 너무 많아서 좀 빼자고 할 정도였어요"

관객들이 영화 속 악역을 넘어 이를 연기한 배우를 미워하게 되면 성공한 연기다. 영화가 공개되고 김무열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연기 도움을 받고자 범죄자를 만나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김무열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이스피싱 설계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특히 총책들은 검거가 어려워서 만나기가 힘들죠.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범죄를 저지르는지 그런 모습들을 직접 확인할 수가 없는거죠. 그래서 '뭘 하면서 전화할까' 하는 상상들을 많이했어요. 그래도 인물에 공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곽프로는 전문적인 직업도 있었던 나름 성공한 인물이에요. 잘나갔던 시절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밑바닥에 추락한 상태도 경험했죠. 정상과 밑바닥에서의 곽프로가 적절히 섞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고상한 변태, 그러면서 저렴함도 갖춘 인물로요. 개인적으로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캐릭터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많이 준비했어요. 의상에도 많이 신경썼고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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