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번에는 아예 연령대를 올린 방송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바야흐로 일반인 연애 예능 전성 시대다. 일반인 연애 프로의 물꼬를 튼 채널A ‘하트시그널’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연애 예능들 중 최근 두각을 뚜렷하게 드러낸건 단연 이별한 커플들이 한집에 모여 지낸다는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티빙 ‘환승연애’다. 

젊은 남녀들의 연애만 연애냐며 반격의 신호탄을 쏜건 MBN '돌싱글즈'다. 아예 작정하고 돌싱들만 출연한 '돌싱글즈'는 다녀오신 분들 특유의 솔직함으로 중무장해 충격과 재미를 줬다. 특히 자녀 유무를 숨기고 이성과 데이트를 시작하는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자마자 깨달았다"며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걸 인식했는지. '돌싱글즈'는 3박4일 만에 최종 선택을 한 후, 썸보다는 동거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돌싱글즈'가 같이 살아보는 과정을 추가한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출연진들의 연령대만 바뀐게 아니다. 카메라가 비추는 풍경이나 소위 ‘때깔’도 완벽히 다르다. 동거형 연애 프로그램의 시초격인 ‘하트시그널’을 필두로 한 기존의 방송들은 출연자들의 외모가 더욱 출중해 보이도록 철저히 보정한다. 뿐만 아니라 SNS 등지에서 화제가 될 수 있을 장소 섭외에 심혈을 기울인다.

반면 NQQ, SBS 플러스가 공동 제작한 ‘나는 SOLO’는 강원도의 한 평범한 펜션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배경만 그런게 아니다. 출연자들은 첫 대면한 날부터 종이컵 가득 소주를 때려붓고 주량 이상을 마셔대는가 하면. 데면데면한 사이임에도 노래방까지 동반하는 등 평범한 미혼남녀들이 보일 법한 행동양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송이 많이들 생길까? 답은 간단하다. 연애하기 힘드니까.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영화의 연애는 너무나 현란하고 아름다워서 마음 속 밑바닥에 있는 열등감을 쉴새없이 찔러댄다.

그런 반면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이는 저들의 연애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며 다소 궁상맞고 그러면서도 깊이 공감 가능하다. 또 연애를 왜 하는지, 왜 연애를 포기하게 되는지 증명하기도 한다. 연애는 시작으로 끝나지 않으며 설렘 그 다음은 끊임없는 충돌이 있다는걸 여실히 보여주니 4B, 즉 비연애·비섹스·비결혼·비출산을 주창하는 세대와 공감대가 깊을 수 밖에.

내가 못하는 연애. 나랑 비슷한 저들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걸 반복하는걸 본다는건. 어찌보면 대리만족의 궁극적인 형태일 수도 있겠다. 출연진들을 보는 시청자들이 그들을 페르소나로 여길테니 말이지.

젊은 것들의 풋풋한 연애보다는 세상 풍파 다 겪은 이들의 드라이하고 조금은 속물스럽고 현실적인 연애. 일견 투박하고 어찌보면 환상 없이 퍼석하기만 하다. 저 둘은 왜 저렇게 지지부진 하냐며 속터지게 하기도 하고. 두 이성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거나 쉽사리 속내를 꺼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에 나이가 아깝다며 혀를 찬다.

그러게. 연애가 언제부터 그리 달콤했다고.

사진=티빙, NQQ, SBS플러스,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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