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가운데 특기할만한 이력을 가진 배우들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에 올랐고,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내 서비스 1위를 차지했다. 오늘 27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콘텐츠가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피우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이렇듯 큰 인기를 끄는 요인에는 연출과 대본, 미술 등의 공도 크지만 아무래도 배우의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얼굴이 잘 알려진 주연 이정재와 박해수 이외에 이를 받쳐주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극을 탄탄하게 받쳐줬다는건 주지의 사실.

그들 중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배우가 둘 있었으니. 첫 째는 조폭 장덕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허성태. 또 하나는 새터민 강새벽으로 분해 첫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대단한 캐릭터 소화를 보여준 정호연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배우라는 업을 선택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 지 알아보자.

#LG전자 해외영업부 허성태→조직폭력배 장덕수

장덕수는 말 그대로 빌런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인마저 불사하는 냉혹한 인물로 극이 진행되는 내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장덕수의 본캐, 허성태가 사실은 엘리트였다면 믿겨지시는지.

허성태는 부산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출신으로 러시아어에 능통해 LG전자 해외영업부서에서 러시아 시장 TV 영업을 담당했단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과장 좀 보태면 모스크바 시내의 모든 호텔에 달린 LG LCD TV는 자기가 달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직한 그는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다. 당시 연봉은 무려 7000만원에 달했다고.

잘 나가던 허성태가 배우로 인생 드리프트를 시도한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과장 진급을 앞둔 2011년 35살의 늦은 나이. 신혼 6개월 차의 단꿈에 젖어있던 때, 부인이 그에게 오디션 참가를 권유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으니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걸 해보라고 독려하자, 그는 용기를 내 배우로 전업했다.

그는 60여 편의 영화에서 단역을 맡다가 2016년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을 맞는 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17년 범죄도시, 남한산성, 꾼에 출연하여 승승장구,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켰다. 그리하여 2021년. 우리가 잘 아는 '오징어게임'으로 스매시 히트를 터뜨린 것.

#세계적인 톱모델 정호연→새터민 강새벽

데뷔작이 '오징어게임'이란다. 새터민 강새벽으로 분해 말 그대로 새벽같이 찬란하게 데뷔한  정호연은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근데 이 배우 눈에 익지 않은가. 그렇다. 사실 정호연은 모델이었다.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2013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 4'에 참가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공동 준우승을 차지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국내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던 그는 2017 S/S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해외활동을 시작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루이비통, 샤넬은 물론 펜디, 베르사체 진, 보테가 베네타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품 쇼와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8년 9월에는 세계 여성 모델 랭킹 Top 50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2020년 1월, 배우 소속사로 이적했음을 알렸다.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정호연은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 스케줄을 바로 정리하고 한국으로 입국했다고.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는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금껏 쌓아올렸던 커리어를 무너뜨린 채 전혀 다른 종류의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니.

그럼에도 도전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연기자로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두 배우의 모습은 존경을 넘어 경외까지 느껴질 정도. 허나 이들이 내려놓았던 모든 것들은 허투루 얻은 것이 아니었던 바. 새로운 시작에 든 이들의 그 끝은 다시금 창대할테다. 

사진=넷플릭스, SBS, 더블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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