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SF영화제가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각 부문별 추천작을 공개했다.

크게 경쟁, 춘천의 시선(초청), Rebooting 춘천독립, SF 클래식으로 구분되며 독립SF, 어린이청소년, 비독립영화들이 포함된 세부 섹션들로 세분화한 춘천영화제는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바로 이 순간 주목해야 할 미래적 가치들은 무엇이 있을지 동시대 SF 영화 속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추천작 리스트는 이러한 고민들을 잘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의 목록이다.

사진='떠도는 생각' 스틸

'떠도는 생각' - 경쟁: 국제어린이청소년

급류에 휘말려 한 소녀가 희생당한다.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 소년은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끌어안고 죽은 자들을 가슴속에 품는다.

소년이 느끼는 죄책감에는 억울한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역사를 거듭해 멈추지 않는 희생들을 중단하기 위해서 소년이 느끼는 ‘죄책감’을 우리는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진='쇼칸' 스틸

'쇼칸' - 경쟁: 국제독립SF 

1930년대 초, 소비에트 연방의 강제 집단 농장화와 카자흐 공화국 지도층에 대한 탄압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에 대규모 기아가 발생한다. 

이 역사적 사건을 VR 시뮬레이션으로 교육받던 미래의 한 초등학생이 가상공간 속 소녀와 실제로 대화를 나눈다.

가상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은 채 역으로 현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 카자흐스탄 SF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트랜스' 포스터

'트랜스' - 경쟁: 한국독립SF

자신을 괴롭히던 자가 살해당하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민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트랜스 휴먼이 된다. 

폭력적 상황에 놓인 한 여성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실이라면 극복 불가능할 것만 같은 절망적 상황을 '트랜스'는 새로운 인간종의 발견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폭력을 자행하는 인간의 악마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악마가 되어야 하는 딜레마를 SF 장르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사진='넷째 막둥이' 스틸

'넷째 막둥이' - 경쟁: 한국어린이청소년

막둥이 넷째로 태어난 시은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꿈을 키우며 친구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세 명의 언니들은 시은이의 가능성과 꿈을 존중하지 않는다. 시은이가 언니들에게 무시당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리다는 것. 시은이의 열망과 희망은 현재를 풍요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미래를 환하게 비추는 빛이다. 

'넷째 막둥이'는 시은이로 대표되는 청소년 세대의 가능성을 응원해 주길 바라는 감독의 염원이 담긴 한 편의 편지다.

사진='들랑날랑 혼삿길' 스틸

'들랑날랑 혼삿길' - 춘천의 시선: 한국SF스펙트럼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오픈리 게이' 민기는 가족들에게 동성결혼과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다.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난 가족들의 속마음은 민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디지털 미디어로 재구성된 이상적인 이미지들이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더욱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이성애 중심적인 결혼, 가족관을 뒤흔들어 놓는 감독의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사진='케세라세라' 스틸

'케세라세라' - Rebooting 춘천독립: DOF

한 고3 수험생이 수능을 코앞에 두고 교실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역에서 만난 친구와 충동적으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인생 최대의 압박감을 느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일탈에 대한 욕망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케세라세라'는 그 욕망을 직접 영화적으로 체험케 한다. 물론 무책임한 회피를 찬양하진 않는다. 

오히려 제도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의지가 역설적으로 현 사회의 문제점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만든다. 

한편, 오는 30일 개막해 10월 4일(온라인 10월 1일~8일)까지 열리는 춘천SF영화제에는 총 10개 부문에서 27개국 136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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