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도 봄이 오면서 정치토론, 시사예능,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창궐하고 있다. 과거 딱딱한 시사토론 형식에서 벗어나 예능 요소를 가미한 ‘시사예능’이 트렌드를 이루며 정치평론가·전직 국회의원·아나운서 그룹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진행석을 꿰차고 있다. 자신만의 특장점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4명을 살펴봤다.

 

JTBC ‘썰전’ - 김구라
 

사진=JTBC '썰전'

김구라는 2013년 2월 ‘썰전’ 첫 방송부터 프로그램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그간 김구라는 강용석 변호사,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특별시당, 전원책 변호사, 유시민 작가 등 화려한 패널들과 함께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라는 극단의 성향을 가진 패널들 사이에서 원활한 토론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진보' 유시민 대 '보수' 강용석-전원책-박형준의 논쟁이 격해질 때 적절한 유머와 말끊기로 분위기를 식혀주는 1등공신이다.

그는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남달라 적재적소의 질문으로 토론을 더욱 깊이있게 만드는 게 강점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하차 당시 “떠날 때까지 김구라씨를 우파로 바꾸지 못하고 떠나는 게 가슴 아프다”며 미련을 내비친 일화도 있다. 지난 2014년 김구라가 공황장애로 잠시 자리를 비웠을 당시 가수 김장훈과 방송인 김성주가 임시 MC 체제로 ‘썰전’ 진행을 맡았을 때는 시청자들이 “김구라만한 ‘썰전’ 진행자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MBC ‘스트레이트’ - 김의성
 

사진=MBC '스트레이트'

지난 2월 첫 방송한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엔 지적인 배우 김의성이 출연한다. 배우 문성근 김여진 등과 함께 '영화계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평소 자신의 SNS에 과격한(?)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정치사회적 견해를 올린다. 2016년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를 구입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증하는 등 ‘소신 배우’ ‘행동하는 배우’로 주목 받았다.

‘스트레이트’에서 김의성은 가치중립적 진행자라기 보다 사안에 적극 개입하며 자신의 소신은 표출하는 스타일이다. 여러 사건의 적나라한 민낯을 밝히는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옆에서 이따금씩 날리는 멘트는 늘 화제를 모은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당시엔 “죄를 지은 자는 처벌 받아야 한다. 사필귀정이다”, 또 세월호 모욕 폭식투쟁에 대해 “분탕질 쳐서 흙탕물 싸움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사이다 발언으로 진보 성향 시청자의 환호를 받고 있다.

 

MBN ‘판도라’ - 배철수

사진=MBN '판도라' 

"안녕하세요, 배철숩니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깊은 신뢰를 준다. 정계 원로와 각 분야 정치 고수들이 모여 한국 정치의 민낯을 해부하는 프로그램인 MBN '판도라'는 현재 베테랑 DJ 배철수가 MC를 맡고 있다. 록그룹 송골매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가 정치토크쇼 진행에 나선 건 데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때문에 '판도라'는 보이는 라디오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배철수의 오프닝과 엔딩 때문이다. 배철수는 라디오 청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안녕하세요 배철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방송을 시작한다. 그리고 엔딩에서 역시 배철수는 자신이 직접 고른 노래를 배경으로 멘트를 마무리한다. 그의 강점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각이다. 특히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26년 동안 진행하며 갈고 닦은 여유로운 호흡이 특출나다.

 

채널A ‘외부자들’ - 남희석

사진=채널A '외부자들'

종편 채널A의 ‘외부자들’은 JTBC ‘썰전’ 대항마로 2016년 12월부터 방송됐다. 개그맨 남희석이 정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시사 토크쇼 진행을 맡았을 때 의외라는 견해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더욱이 패널들이 ‘구강액션’ 강자들이자 ‘독종’으로 소문난 진중권 정봉주(진보패널), 전여옥 안형환(보수패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드럽고 매끈하게 프로그램을 운전해오고 있다.

틈틈이 그가 우리 정치와 사회 문제에 해박한 지식과 많은 관심을 가져왔음이 드러난다. ‘하회탈’ 별칭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답게, 느긋한 충청도 보령 출신답게 스튜디오가 과열되는 순간 여유로운 농담과 해학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남희석은 “충청도 출신이라 이쪽, 저쪽 다 아우를 수 있다”고 자신했고 제작진은 그런 남희석을 ‘개그계의 JP(김종필)’이라고 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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