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이라 불리던 남자가 있었다. 그가 감독을 맡으면 ‘최소’ 가을야구는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의 감독을 맡으면서 그는 불평남으로 전락했다. 투덜투덜... 이미 야구팬들 사이에서 투덜이 스머프로 통하는 김성근 감독 이야기다.

 

“FA 영입은 인스턴트 음식”

김성근 감독은 “FA 영입은 인스턴트”라며 “밥을 먹을 때도 빨리 먹으려면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아마 FA 영입보다 팀 유망주를 키우며 자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렸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을까. 김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이후 FA 영입으로만 600억 이상의 돈이 투자됐다. ‘2군에 있던 재미있는 아이’ 박한길(22), 조영우(21), 임기영(23), 김민수(25) 등 젊은 유망주를 보상선수로 내줬다.

김 감독 말처럼 ‘FA 인스턴트’를 섭취하지 않은 NC는 1군 투수 엔트리 11명(외국인 제외) 중 FA영입은 한 명도 없다. 반면 한화의 1군 투수 엔트리 11명 중 외부 영입은 10개 구단 최다인 5명에 이른다.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은 맥도날드 마니아가 분명하다.

 

“자원 등판이지 시프요...”

2000년대 후반, 김 감독이 이룩한 SK왕조 때를 생각해보자. 그는 경기는 물론, 한 시즌을 계획하고 승패를 확실히 구분 짓는 명장이었다. 승기가 필요한 곳에선 불펜을 총동원하는 ‘벌떼 야구’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때도 혹사 논란은 있었지만, 그의 철저한 데이터 계산 아래 관리를 받았다.(전병두 선수 빼고)

하지만 한화에서의 그는 과거와 다르다. 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의문스런 계산의 연속이다. 대표적으로 5월 28일 롯데전. 전날 3이닝씩 던진 권혁과 송창식에게 무조건 휴식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선수 모두 나란히 등판해 세이브와 홀드를 기록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자원 등판”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투혼 넘치는 권혁과 송창식의 모습에 흐뭇함을 표현했다.

 

“투수가 없다, 구단에 돈이 없나보다”

“어느 팀이든 투수가 없다. 우리나라 야구가 엉망이 돼가는 것 같다.” 김 감독의 투덜은 타팀으로도 향했다. 하지만 1선발(밴 헤켄)과 마무리(손승락), 필승조(한현희, 조상우)가 한꺼번에 빠진 넥센이 팀 평균자책점 4위(4.83)으로 선방하는 것과 달리 리그 최고액 외인 투수(에스밀 로저스)와 2명의 고액 FA(정우람, 심수창)를 추가한 한화가 독보적 평균자책점 꼴지(5.96)을 달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김 감독은 “투수 수명이 짧아지는 데 공급이 안 된다. 키울 시간이 없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짧아진 투수 수명에도 한화 1군 투수 중 20대는 장민재 단 한 명이다. 그는 선발-불펜을 오가며 27경기 59.1 이닝을 던지고 있다. 반면 넥센은 만 26세 신재영과 만 20세 박주현이 도합 14승을 책임지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혹사 아니다”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을 향한 혹사논란에 대해 “약한 팀은 문제에 대해 타협을 해버린다. 그래서 약하다. 그걸 넘어가야 강한 팀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화는 개막 직후 쭉 꼴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자기 체력의 한계를 오버함으로써 자기 한계를 넓혀간다고 생각한다”며 지론을 밝혔다. 현역시절 9경기 연속 완투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혹사당해 5년을 버티지 못했던 그가 갖기엔 너무 아쉬운 지론이다.

 

사진출처=뉴스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