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스미냑과 이어지는 레기안, 쿠타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커피숍, 기념품가게, 의류숍, 비치를 순례했다. 발리에선 아로마 오일과 수제비누, 수공예품, 라탄 티슈 케이스와 그릇 받침대, 바틱(전통 옷감·장식용 천), 트로피컬 원피스와 수영복 등이 유명하다. 직장 동료, 지인들 선물용으로 구입하기에 딱이다.

 

 

쇼핑에 관심이 많다면 스포츠·서프 브랜드인 빌라봉, 퀵실버, HURLEY 등을 공략하자. 국내에선 꽤 비싼 가격인데 호주를 비롯, 각국 서퍼들이 몰리는 발리에선 어마무시하게 저렴하다. 상시 세일까지 하니 더 그렇다. 래시가드, 샌들, 수영복, 티셔츠, 반바지를 헐값에 득템할 수 있다.

훈이는 80% 세일하는 빌라봉 나시, 플립 플랍(쪼리), 반바지를 총 3만9000원에 득템(헐...). 쿠타비치 건너편에는 대형 쇼핑몰 ‘비치워크’가 있어 여유롭게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가 꿀잠!

드디어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인 5일차 아침이 밝았다. 전날 훈이가 로컬 여행사 어플을 다운받아 우붓 1일투어를 예약했다. 스즈키사 APV차량(운전기사 포함)으로 50달러 상품이다. 오전 8시 호텔 픽업, 우붓 일대를 둘러보고 오후 6시 호텔에 떨궈주는 일정이다. 시내 거리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투어상품 판매상들이 많은데 앱을 이용하니 편리하다. 스팟을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40대 초반의 운전기사 와얀이 30분이나 늦게 도착해 살짝 빈정 상했지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 점이 Good good! 우붓까지는 1시간이면 도달하는 거리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1시간30분은 족히 잡아야 한다. 교통체증이 생길라치면 2시간도 넘게 걸린다. 다행히 막힘없이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사원에 도착. 카인 판장(허리에 둘러 입는 긴 천)을 나눠 주기에 냉큼 걸치고 고즈넉한 사원 안을 휘적휘적 다녔다.

 

 

다음 행선지는 라이스 테라스. 계단식 논을 맞은편 포인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예 라이스 테라스까지 건너가 트레킹을 하는 서양인들도 꽤 많다. 그랬다가는 땀샘 폭발로 초죽음 상태에 이를 것 같아 우린 조용한 카페에서 열대과일 주스 마시기와 휴대폰 카메라 찍기에 만족. 평화로운 풍광이다.

다음은 몽키 포레스트. 원숭이떼가 바글대는 관광명소다. 난 입구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하고, 나머지 2명만 입장권을 사서 숲 속 사원으로 들어갔다. 여기 원숭이들은 아무데나 쏘다니고, 관광객들의 소지품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바로 앞에서 독일 여자 관광객 2명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네? “조심하라”고 말해주려던 찰라, 쇼핑백을 나꿔챘으나 “나인”하는 외침과 동시에 외국인 청년이 쇼핑백을 잡아줘 다행히 털리진 않았다. 휴우~. 무서븐 넘들.

 

 

대기 중인 와얀에게 음료수를 건네주고 잠시 토킹 어바웃. 그는 공항 근처에서 전업주부인 아내, 딸 셋과 사는 가장이다. 아이들 학비 때문에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 순박한 미소를 짓는다. 지구촌 어디서나 가장들의 숙명은...ㅠㅠ 차에 다시 탑승해 우붓 메인 스트리트를 거슬러 올라가 전통시장 앞에서 각자 점심식사 시간을 가지고 2시간 후 만나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나시고렝과 커리, 빈탕맥주로 식사를 해결한 뒤 시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발리 시내에서 산 기념품들이 역시나...원산지인 이곳에선 절반 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OMG! 원래 그런 거지, 위안하고는 고풍스러운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땀을 식혔다.

 

 

다시 만나 향한 곳은 ‘발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우붓의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블랑코 미술관. 컬렉션의 규모는 소박하지만 수준이 빼어나다. 고풍스러운 건물 인테리어와 정원의 조경 역시 아름다워 갤러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몇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것만 같다.

 

 

우붓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울루와뚜 절벽사원을 포함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이미 한번 들른 적이 있고, 가는 길이 만만치 않게 멀기에 패스! 더스틴 호프먼, 폴 뉴먼 주연 영화 '빠삐용' 엔딩의 탈출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우붓엔 1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며 도보 혹은 렌탈 바이크로 이곳저곳을 다니는 서구 여행객들이 많다. 동네 분위기가 호젓하면서도 볼 게 수두룩하다. 교외로 나가면 래프팅, 트레킹을 즐길 수 있으며 요리, 염색, 요가 등 강좌도 많아 오감만족 체험여행으로 최고다. 싼 물가와 사람들의 정서도 매력적이다.

태국, 베트남인의 드센 기질과 달리 발리인들은 온화하다. 이런 기질의 차이가 국가의 발전 속도에 비례한다는 점이 씁쓸하다. 기회가 되면 1~2개월은 이곳에서 멍 때리며 지내고 싶단 소망이 불끈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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