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1. 1주일마다 찾아오는 황금 같은 휴일. 평소처럼 집에서 뒹굴뒹굴하거나 시내 외출을 하는 대신 금토 1박2일 기차여행을 선택했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한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무궁화 열차로. 어차피 강원도 정선은 KTX가 다니지도 않지만.

 

Scene 2. 아날로그 감성이 지배하던 대학시절 경기도 대성리, 강촌, 일영, 춘천으로 MT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낮 12시10분 청량리역에서 종착역이 정동진인 무궁화호에 탑승. 서울을 벗어나자 차창 밖으로 단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KTX와 달리 상하좌우의 규칙적인 진동, 덜컹거리는 사운드가 정겹다.

Scene 3. 지겨워질 즈음 카페 칸으로 이동. 창가에 붙은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창밖 풍경과 셀카를 찍어본다. 처음 접한 카페칸, 이게 뭥미? 도시락, 핫바, 오뎅, 과자, 커피, 맥주 등이 놓인 진열대 맞은편으로 미니 노래방과 전동 안마의자실까지 떡하니 있다.

 

Scene 4. 열차가 태백 쪽으로 험준한 산악지대를 힘겹게 오르면, 이때부터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한다. 느릿느릿 가다보면 어느새 사북역이다. 배우 원빈이 태어나 자란 곳, 이나영과 야외 결혼식을 올린 곳...일행들이 한마디씩 말을 보탠다. 다음이 바로 목적지인 고한역. 서울에서부터 3시간20분이 걸렸다. 기차요금은 1만4000원. 싸.다!

Scene 5. 해발 600미터에 자리한 한적한 고한 역사. 올해 초 들렀던 홋카이도의 설원 마을 비에이 역사 풍경이 포개졌다. 새빨갛게 물이 오른 나무 아래서 다함께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셔틀버스 정거장으로 이동. 근처 마켓에서 소주 맥주 음료수 구입. 하이원 리조트까지 왕복 운행하는 셔틀을 탈 계획이었으나 많이 기다려야할 것 같아 콜택시로 이동. 10분 정도 걸리는데 비용은 5000원.

 

Scene 6. 이 복합 리조트엔 강원랜드 카지노와 스키장, 컨벤션호텔, 마운틴 콘도, 힐콘도가 위치해 있다. 우리는 힐콘도에 예약했기에 꼭대기로 휘리릭. 여긴 해발 700미터란다. 34평형 객실(방 2개, 욕실 2개)에 각자 분담해서 싸온 음식물(오겹살, 목살, 야채, 과일, 양념, 캔 통조림, 라면, 커피)을 풀고는 툭 트인 발코니에서 경치 감상. 사방이 붉게 물든 산과 푸른색 하늘이다.

Scene 7. 구경삼아 카지노 행. 슬롯머신을 두드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서비스 음료를 마시고 흡연실에서 담배를 태우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다녔다. 이곳에 죽 때리는 사람들, 뭔가에 홀린 듯한 눈빛과 초조한 냄새를 풍긴다. 과거엔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촌이었고, 현재는 일확천금의 욕망을 캐는 카지노가 들어선 이곳. 시간을 가로질러 막장에 선 이들이 여전히 배회한다.

 

Scene 8. 휴양지의 밤이 깊어지면, 삼겹살 지글거리는 소리가 요동친다. 굽고 싸서 먹고, 원수진 듯 소주와 맥주를 없애 나간다. 객실에 모인 5명은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에, 뒷담화에, 자신만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새벽 3시까지 밤을 팼다.

Scene 9. 오전 7시. 절로 눈이 떠졌다. 그렇게 들이부었건만 왜 공기가 좋으면 숙취가 생기질 않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더욱이 쌀쌀한 날씨가 머리를 맑게 한다. 슬렁슬렁 주변 산책로를 걷는데 케이블에 덜렁대며 걸려 있는 곤돌라. 눈이 쌓이면 스키 타기에 최적인 곳일 듯. 맞은 편 산에는 안개와 구름이 뒤섞여 초현실주의 풍경을 그려낸다.

 

Scene 10. 9시쯤 객실로 돌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라면을 끓여 해장. 11시 체크아웃 타임에 딱 맞춰 퇴실, 택시를 타고 다시 고한역으로. 일찍 도착한 지라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느긋하게 멍 때리다가 역사로 휘휘~. 정동진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가 플랫폼으로 느리게 들어온다. 탑승하자마자 미친 듯이 자다 깨보니 어느덧 청량리역. 시간은 오후 3시50분. 짧고 가벼웠던 1박2일 기차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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