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트렌드를 반영하듯 대통령도 1인가구, 나 홀로족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하나 둘씩 밝혀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충격적인 청와대 내 일상은 500만이 넘는 1인가구의 혼삶과는 닮은 듯 하지만 확연히 다르다. 달라서 불편한 게 아니라, 다름의 내용이 유감스럽다.

 

 

■ 혼밥

1인가구 상당수가 홀로 밥을 먹는다. 취업준비, 직장생활 등 바쁜 일상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한끼를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 않기에 집에 있을 때는 혼밥을 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역시 공식 일정이 없을 경우 관저에서 점심, 저녁 혼밥을 즐겼다고 한다. 휴일에 혼밥을 한다면야 딴죽 걸 일이 아니나, 주중 본관 집무실이 아닌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혼밥을 즐겼다는 것은 이해 난망이다. 더욱이 미국 대통령·일본 수상은 분 단위로 스케줄이 잡혀 있다는데 박 대통령은 몇일씩 공식 일정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재택근무 시대’를 연 최초의 대통령, 연봉 2억원대의 히키코모리 공직자로 기록될 듯싶다.

사족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 그리고 정부 각료들, 여야대표들과 돌아가며 부지런히 겸상을 했다면 불통의 오명, 헌정 사상 유례 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 혼놀

박 대통령의 취미는 TV 드라마 시청이었다고 들려진다. 1인가구에게 TV 시청은 아주 유용한 놀이다.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비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업무 외 시간에 TV를 즐겨봤다고 하는 건 실망스러울 일만은 아니다. 어느 측면에서 TV는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태양의 후예'와 같은 드라마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평가가 자주 등장한 JTBC ‘뉴스룸’이나 '썰전', 정치토론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도 자주 봤더라면 현실을 이해하며 사고의 균형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이와 더불어 전문적 식견을 쌓기 위한 독서와 체력을 키우는 운동과 같은 혼놀을 했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든든했을 것만 같다.

문제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혼놀'을 최소화해야 할 위치라는 것이다. 매력적인 혼놀 대신 전문가들과의 깊이 있는 토론, 다양한 계층 민간인 혹은 지인들과의 대화 등 끊임없는 전문성 강화와 소통이 국정운영에 있어 필수일테니.

 

■ 혼행

지난 2013년 7월, 박 대통령은 첫 휴가지로 저도를 방문했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인 경남 거제의 저도 해안가, 산책로를 홀로 거니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형식적으로는 혼행으로 알려졌으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태블릿PC에서 저도 사진이 다수 발견되면서 최순실 및 김기춘 비서실장이 동행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김 전 비서실장은 이를 극구 부정하고 있다.

1인가구의 혼행은 스스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운행수단과 숙박시설을 결정 및 결제하고 홀로 여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엄한 경호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완벽한 의미의 혼행을 할 순 없었겠으나 적어도 여행지에서 만큼은 혼행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혼행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적당한 긴장과 두려움 속에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계획하듯 국정 구상을 가다듬었다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고독을 체화한 것으로 알려진 '나 홀로족' 대통령에게 '혼삶'의 필요충분조건은 독립심과 자기 성찰임을 전하고 싶다.

 

사진출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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