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김우빈·조여정·이정은 등, '청룡영화상' 잊지못할 첫 순간들
올해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은 5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여러 영화, 배우, 스태프가 상을 받으며 눈물과 박수가 이어진 가운데 이번 시상식에서 처음의 순간을 맞이한 이들이 있다.
22일 오후 8시 55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40회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이날 ‘기생충’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봉준호), 여우주연상(조여정), 여우조연상(이정은), 미술상 등 총 5관왕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수상은 한국어 영화로 받은 첫 감독상이라 의미를 더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한국어로 된 영화로는 이 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전했다. 그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명작들을 만들어냈지만 청룡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3년 제34회 시상식 때 ‘설국열차’로 감독상을 받은 게 유일했다.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에 있었다. 청정원 단편영화상 시상을 위해 이번 청룡영화상을 찾은 것이 암 판정 이후 그의 첫 공식석상이었다. 김우빈은 홀쭉해진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지만 동료 배우, 영화인들의 박수를 받고 90도 인사를 해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거라 어떤 말로 시작할지 고민 많이 했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기도 덕분에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 드리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우상 부문의 주인공들은 모두 청룡영화상 배우상을 처음 받았다. ‘증인’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을 받은 정우성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비트’로 제18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처음 오른 뒤 제24회 ‘똥개’, 제35회 ‘신의 한 수’, 제37회 ‘아수라’로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됐다. 또한 ‘감시자들’로는 제34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정우성은 “청룡에 많이 참여했는데 남우주연상을 처음 탔다. 버티타보니 상을 받게 된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생충’으로 발랄, 엉뚱한 매력을 선보인 조여정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조여정은 ‘생일’ 전도연, ‘항거: 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등 쟁쟁한 후보들을 누르고 청룡 여신이 됐다. 그는 ‘방자전’으로 제31회 신인여우상 후보, ‘인간중독’으로 제35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생애 첫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과 동시에 상까지 받게 된 조여정은 “항상 상을 받으면 침착했는데”라면서 눈물을 흘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내부자들’로 제37회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던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로 남우조연상 첫 노미네이트에 상까지 받게 됐다. ‘기생충’에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 이정은은 이번이 첫 청룡영화상 후보 지명이었으며 처음 참여한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