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35)가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배우로 비상했다. 특히 패셔니스타 이미지·연기력논란·불륜 스캔들을 딛고 이뤄낸 결과라 반향이 강렬하기만 하다.

이상적인 체형과 개성적인 마스크의 김민희는 잡지와 CF 모델로 데뷔한 뒤 1999년 청소년 드라마 '학교 2'를 통해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드라마 2002년 '순수의 시대'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어설픈 연기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그 뒤로도 여배우보다는 ‘모델 출신’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2006년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부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더니 2008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 이어 2012년 변영주 감독의 '화차'에서 재발견 평가를 들었다.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빈틈없이 소화해낸 그는 제21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 이어 현대 여성의 사랑관을 내밀하게 표현한 2013년 '연애의 온도'로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일본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온몸을 던진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이 작품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으며 이후 청룡영화상, 디렉터스컷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김민희는 모델 출신 또래 여배우들인 공효진 김효진 배두나 등이 충무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연기력 측면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여배우로 꼽힌다. 하지만 사생활 면에서는 순탄치 않았다. 2015년 9월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홍 감독을 만난 뒤 불륜설에 휩싸였고, ‘아가씨’ 개봉 이후 두 사람은 지금까지 국내 팬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내에서의 배우 활동은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질 즈음 보란 듯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홍상수 감독과 동반 참석한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배우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사진)에서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로 출연했다.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 여행에 이어 강원도 강릉에 돌아와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다. 현실 속 김민희가 느껴지는 캐릭터다. 완벽하게 감정이입해 일체감이 느껴지는 연기로 베를린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베를린 이후 국내에서 그의 연기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사진= 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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