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낭보를 전하면서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국내 월드스타 트로이카(강수연 전도연 김민희)의 수상 법칙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로 행운의 넘버 ‘7’이다. 1987년, 2007년 그리고 2017년을 탐사했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여배우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의 물꼬를 텄다. 거장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강수연은 자식이 없는 조선시대 대가집 종손의 씨받이로 들어가는 옥녀 역을 맡아 죽음으로 패륜에 저항하는 용기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수위 높은 노출과 출산장면, 시대의 금기에 도전하는 캐릭터를 암팡지게 소화함으로써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단을 사로잡았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제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강수연은 국내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아역배우로 출발해 하이틴 스타 시절을 거쳐 청춘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던 강수연은 ‘씨받이’ 이후 ‘아역’ 꼬리표를 당당히 떼어내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거듭났다. 성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맡기 시작하면서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통해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월드스타 명성을 떨쳤다.

 

 

강수연 이후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소식이 오랫동안 들리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해갈시켜준 주인공은 감성연기의 끝판왕 전도연이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피아니스트의 희망, 남편마저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작은 도시 밀양으로 흘러들어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던 중 아들의 유괴 살인과 맞닥뜨리는 신애 역을 신들린 듯 연기했다. 생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상황에서 종교, 구원, 용서라는 철학적 주제를 오롯이 겹겹이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낸 연기에 2007년 칸 국제영화제는 여우주연상으로 화답했다.

CF 모델, 탤런트로 출발해 영화 ‘접속’으로 주목받은 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충무로 트로이카(심은하 전도연 고소영)로 불렸던 전도연은 ‘밀양’으로 연기인생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냈다. ‘칸 여왕’이란 영예로운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다. 이후에도 그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짙은 감성 연기를 쏟아내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배우로 군림하고 있다.

 

 

전도연의 수상 이후 10년이 흘러 김민희가 넘사벽 베를린영화제를 장악했다. 모델로 데뷔해 연기자로 터닝한 뒤 어설픈 연기력으로 큰 성과를 내오지 못했던 그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 이후부터 연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연기에 공을 들이는 것과 아울러 영민한 작품 선택으로 점차 존재감을 키워갔다. 영화 ‘화차’ ‘연애의 온도’ ‘여배우들’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아가씨’로 가속 페달을 밟더니 마침내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에서 그는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 역할을 맡았다. 독일 함부르크 여행에 이어 강원도 강릉으로 돌아와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를 공허함과 관조의 미학으로 빚어내 쟁쟁한 해외 여배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베를린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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