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외모로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드는 배우 고수(39)가 신작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으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 역을 맡아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자각몽(루시드 드림)을 이용, 기억 속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쉽지 않은 역할을 연기해냈다. 이제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추가한 고수에게 의미 있는 ‘부성애’ 코드를 삽입해 극적 몰입을 키웠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동장군이 몽니를 부리는 늦겨울의 삼청동에서 ‘고비드’ 고수를 만났다. 여전한 꽃미모와 젠틀한 매너로 인사를 건네는 그와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시종일관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 분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걱정을 내비치는 그의 모습은 추위를 몰아낼 만큼 훈훈함을 퍼뜨렸다.

  

-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루시드 드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재미있게 봤다.(웃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게 구현돼 재미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신인 감독의 아이디어와 패기가 있었기에 어려울 법한 소재가 오락영화로서 잘 구현된 것 같다.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하고 나눠가면서 최대한 맞춰가려 노력했던 게 잘 나타났다.

 

- 현장에서는 잘 맞춰 갈 수 있어도,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출연이 망설여졌을 것 같았다. 신인 감독, 꿈-현실을 오가는 생경한 스토리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있을까.

불안하거나 망설이기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 ‘꿈속으로 들어간다고? 어떻게 들어갈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 속에서 황홀한 광경이 펼쳐지고, 하늘에서 불꽃비가 내리는 장면들이 어떻게 스크린에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리고 대호의 아들을 향한 애틋함과 절절함이 시나리오를 볼 때도 많이 느껴졌다. 화면 연출, 스토리가 잘만 표현된다면 재밌는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았다.

 

- 김준성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함께 작업한 그는 어떤 연출가 인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서 재미있게 읽는 건 사실 쉽지 않다. 짜임새와 아이디어가 좋아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났을 때 ‘준비를 참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출연의 결정적 이유였다. 실제 현장에서도 신인답지 않게 베테랑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배우나 스태프들을 믿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믿으면서 현장을 주도한다. 강심장이다. 괜히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웃음)

  

- 영화를 이끄는 주요 감정선이 바로 ‘부성애’다. 이젠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한층 수월했을 것도 같다.

예전에 총각 시절보다는 상황이 더 잘 맞아서 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성애라는 게 아버지가 되기 전엔 알기 힘든 감정인 것 같다.

 

-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고 들었다.(웃음) 부성애로 영화와 교감했기 때문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관객 입장에서 대호의 간절함이 더 느껴졌지 때문이지 않을까.(웃음) ‘루시드 드림’은 배우가 감정을 짜내는 연기를 하면서 억지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 자체가 관객들의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스토리는 배우 생활하면서 거의 처음 본 스토리다. 아마 관객분들도 억지 감동이 아니라 신선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체중 감량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스토리 흐름에 따라 찌우고 빼기를 반복했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니까, 여느 아버지들이 다 갖고 있는 평범한 몸매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10kg을 찌우고 뱃살을 늘렸다.(웃음) 그리고 아들을 잃고 3년이라는 시간을 힘겹게 보낸다는 설정인데, 포동포동한 몸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초췌하게 살도 빼고 감량을 하게 됐다. 18kg 정도 감량한 것 같다. 덕분에 현장에는 계속 힘없이 갔다.(웃음) 확실히 살이 쪘을 때랑 빠졌을 때는 에너지가 다르다.

 

- 함께 촬영한 설경구도 감량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뭔가 조언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그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설경구 선배는 ‘오아시스’ ‘박하사탕’ ‘공공의 적’에서 강렬한 모습이 머리에 각인이 돼 있었다. 늘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함께 해보니까 역시나 대단한 배우였다. 와일드할 때와 부드러울 때를 정확히 알고 넘나든다. 평소에는 잘 챙겨주신다. 감량하는 모습을 보고 옛 기억이 나셨는지 방법과 노하우도 공유해주셨다. 그런데 센 이미지와 달리 장난도 자주 치신다. 살 빼느라 힘든데 음식을 일부러 많이 시켜놓고 “이것 좀 먹어봐”하면서 놀리시곤 했다.(웃음)

  

- 이제 40대에 가까운 ‘아재 배우’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변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

늘 시나리오를 받아볼 때마다 설레고 떨린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장에, 배역에, 캐릭터에 익숙해지는 게 조금 두렵다. 아직 더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능숙해지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 않나? 두렵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우는 시작과 끝이 반복되는 직업이다. 맡게 되는 캐릭터가 다 비슷비슷하면서도 다 다른 인물,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늘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배역에 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은 깔리겠지만, 늘 첫사랑 같은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 2017년 포문을 ‘루시드 드림’으로 힘차게 열게 됐다. 이후의 청사진에 대해 듣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악역에 대한 관심도 많이 늘었다.(웃음) 단기적으로는 많은 대중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땐 사람들 입에 편하게 오르내리고, 이야기 되는 배우이자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연기하겠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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