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언론'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룬 연극 2편이 3월 공연가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관객과 만난다. 역사와 현실의 예리한 통증이 느껴지는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지난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의 ‘빛의 제국(연출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한 한·프랑스 합작품이다.

 

 

 

 

권태로운 유부녀 장마리(문소리)는 어느 날 러브호텔에서 대학생 2명과 동시에 성관계를 가진다. 엄청난 비밀을 갖게 됐다고 여기지만 15년째 함께 살아온 남편 김기영(지현준)은 그날 밤 더 기막힌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남파 고정간첩이며, 24시간 내 귀환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연극은 두 부부가 서로를 속이고, 진실을 고백하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따라간다. 기영과 마리뿐 아니라 두 사람의 하루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배역이 아닌 배우 개인의 기억을 독백처럼 끄집어낸다. 이런 형식은 ‘빛의 제국’을 단순히 소설의 무대화가 아니라 전혀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킨다.

기존 한국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동선과 박자, 움직임이 낯설며 2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투사되는 영상이 영화적 느낌을 배가한다. 27일까지, 정승길 양동탁 김한 양영미 등 출연. 문의: 1644-2003

오는 3월26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보도지침’ 1986년 일어난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 방식인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에 은밀하게 전달됐던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정부는 기사 내용, 제목, 지면 배치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정부의 언론 통제를 본 몇몇 언론인들은 월간 ‘말’지에 이를 폭로하게 된다.

연극은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가 재판에 서게 되는 과정, 그 속에서 펼쳐지는 대학 동창생들 간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 드라마다. 공연계가 주목하는 변정주 연출가와 오세혁 작가가 함께했다. 송용진 에녹 이명행 최대훈 김대현 안재영 강기둥 출연. 6월19일까지. 문의: 02)3454-1401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국립극단, 벨라뮤즈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