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7일 오전(한국시간) LA 돌비극장에서 개막한다. 화려한 영화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스카를 둘러쌀 기록 레이스는 어떻게 펼쳐질까.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최대 이슈는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와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으며 아카데미의 장벽을 깬 ‘문라이트’의 대결이다. 미국 LA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꿈을 그린 ‘라라랜드’는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총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가슴 시린 성장기를 담은 ‘문라이트’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포함 총 8개 부문에서 후보 지명을 받았다.

 

 

01. 최초의 흑인 감독상? 최연소 감독상?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탄생시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올해의 이슈는 바로 최초의 흑인 감독상 수상자 탄생이냐,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 탄생이냐에 쏠려있다. 각본과 연출에 탁월한 30대 천재 감독 2인, 그 누가 수상하더라도 아카데미의 새 역사를 쓰는 셈이다.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37)가 감독상을 받을 경우 89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감독상 수상자가 되며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32)가 감독상을 받을 경우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수상 기록을 남기게 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출신 백인 감독 차젤레는 하버드대에서 시각환경학을 전공했고, 마이애미 출신 흑인 감독 젠킨스는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영문학·영화학을 전공했다. 차젤레는 2009년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로 데뷔해 2013년 '위플래쉬'로 일약 차세대 거장 반열에 올랐다. 젠킨스는 2008년 ‘멜랑콜리아의 묘약’으로 데뷔해 '문라이트'가 두 번째 연출작이다.

 

 

02. 작품상 향방, ‘아메리칸 드림’ 혹은 ‘트럼프 반작용’

작품상의 향방을 두고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일단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할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문라이트’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각각 수상해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문라이트’를 제작한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의 ‘디파티드’는 제79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총 5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직접 주연까지 맡은 ‘머니볼’은 제84회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노예 12년’으로 제86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총 9개 부문에 올라 또다시 작품상을 수상했다.

LA를 주요 배경으로 한 ‘라라랜드’의 강점은 할리우드 정서에 부합하는 데다 미국적이다. ‘꿈은 이뤄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관통한다. 작품상을 받는다면 1958년 ‘지지’ 이후 60여 년 만에 상을 받는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된다. 흑인과 소수계층을 다루고 있는 ‘문라이트’는 트럼프 시대의 반작용으로 사회·정치적 이슈 등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높다.

 

 

03. '라라랜드' 여우주연- '문라이트' 남우조연상 유력시

두 영화가 챙길 가장 유력시 되는 배우상은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이다.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엠마 스톤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1순위로 꼽힌다. 극중 배우 지망생 미아 역을 맡아 노래와 춤은 물론, 섬세한 감정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골든 글로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는 주인공인 소년 샤이론의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인생의 길잡이가 돼주는 후안으로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만 나옴에도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한다. 그가 연기한 후안은 마이애미 뒷골목 리버티시티의 위협적인 마약상이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복합적인 캐릭터다.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무려 35개의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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