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비주의를 탈피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있는 배우 윤진서(35)가 뜨거운 멜로 ‘커피메이트’(감독 이현하, 3월 1일 개봉)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극 중 외로움에 익숙해진 평범한 전업주부 인영 역을 맡은 윤진서는 상류 사회에 몸을 담고 있지만 적적한 외로움을 직격탄으로 맞는 내면연기를 격정적으로 펼친다. 쌀쌀함이 가시지 않은 늦겨울, 그녀를 남산동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Q. 영화 ‘커피메이트’는 두 남녀의 관계가 오로지 카페에서만 이뤄진다는 점과 대화를 통해 극적인 감정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말 그대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인물과 사회적인 통념에 대한 일탈을 통해 통쾌함을 얻기도 했다. 마니아적인 작품 색을 띠지만 내 취향이랑 잘 맞았다. 시나리오가 워낙 감성적이라 연기로 잘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영화가 대본에서 마주한 것만큼 잘 흘러나왔다고 생각한다.”

 

Q. 인영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수동적인 삶을 일관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탈을 일삼기도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알쏭달쏭한 주인공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인영’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영은 어떻게 보면 식상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이 세상 누구에게나 자유로움과 수동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때문에 분명히 특정한 부분에서 모든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게 인영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작품 자체가 모두 대화로 이어가는 탓에 암기해야 할 분량도 만만치 않았을 듯 한데, 어려움은 없었나?

“대사량은 처음 받아봤을 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첫 대본 리딩을 하면서 조금 줄이자고 말씀을 드리고 축소시켰는데도 많게 느껴졌다. 영화를 처음에 전부 찍었을 때 총 210분이 나왔는데, 이후에 간신히 줄이고 줄여서 약 2시간 분량으로 맞췄을 정도다. 그럼에도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대사 자체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이 표현하는 방식이 묘하고 지적이었다.”

 

Q. 워낙 기존 멜로와는 다른 전개로 흘러가 관객 입장에선 난해할 수도 있겠다. 시나리오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나?

“솔직히 말하면 단 한 장면도 없었다. 인영이 나와는 분명히 다른 인물이지만 공감이 많이 됐다. 덕분에 내가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이 만족했고, 나중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해주기시도 했다. 인영의 아픔과 생각이 절절히 느껴졌고 그녀의 돌발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두 이해됐다. 완벽히 몰입했던 것 같다.”

 

Q. 눈물을 흘리며 다친 희수의 얼굴을 매만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눈물은 애드리브라고 들었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시나리오를 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직 ‘슬픔’이라는 감정에 몰입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만약 대본에 없었던 이 부분이 별로였다면 다시 해보자고 하셨을 텐데 별 말 없었던 거 보니 괜찮았나보다.(웃음)”

 

Q. 카페라는 한정적인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흥미롭다.

“흥미롭긴 하지만, 한 장소에서 오래 찍는다는 건 하루에 많이 찍는다는 뜻이다. 배우 입장에선 정신적인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집중해야하는 시간이 많았고,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대사만 계속 되뇌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Q. 스트레스를 받거나 예민해지진 않았나?

“한 장소에서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테이크를 이어가니 정말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한 번이라도 틀리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 5분 동안 몰입하며 대사 했던 걸 그 전으로 다시 돌아가 감정을 잡는 게 정말 힘들었다. 마라톤 하는 기분이었다.”

 

Q. 얼마전 예능 ‘인생술집’에서 서핑과 여행을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나?

“여행은 원래부터 좋아했고 서핑을 시작한지는 3년 정도 됐다. 작년까지는 서울에 살고 일하느라 바빠서 자주 못했다. 다만 제주도에 살면서는 자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실력도 급상승했다.”

 

Q. ‘인생술집’ 출연으로 그간의 신비주의 콘셉트를 깨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생술집’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시청률이 잘 나왔다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술 마시면서 촬영을 하니 방송 같지 않고 사석 느낌이라 좋았다. 다행히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반응이 많아서 다행이긴 한데, 난 신비주의였던 적이 없다. 단지 토크쇼를 나간 게 처음이었을 뿐이다. 어렸을 때는 그런데 나갈 엄두를 못 냈다.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게 부끄럽고 두려웠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서는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게 됐다. ”

 

Q. 열애설에 대한 이야기도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혹시 연애나 결혼에 대한 특별한 관념이 있나?

“방송 내내 그런 대화를 많이 주고받았다. 사실 시치미 떼고 모른 척 할 수 있었겠지만 내가 워낙 그런 성격이 아니라 그냥 털어놨다. 나는 무조건 스스로 의사에 의해 결정하고 사랑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커피메이트’ 속의 인영처럼 상대방의 직업이나 배경을 보고 선택하는 걸 꺼린다.”

 

Q.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나 관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멜로 장르 마니아들이 이 작품을 봤을 때 재미를 느낀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눈여겨 봐줬으면 좋겠고,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워너비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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