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데뷔 12년차에 접어든 배우 한채아가 첫 스크린 주연작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 3월 16일 개봉)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한채아는 보이스피싱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과 형사의 유쾌한 합동수사를 그린 코미디 영화에서 경찰청 미친 형사 나정안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채아를 만났다. 최근 매스컴에 뜨겁게 이름이 오르내린 요주의 그녀가 솔직담백 키워드 9가지를 전했다.

 

1. 코미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통해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항상 코미디 연기는 참 어렵다고 느꼈다. 연기가 조금이라도 억지 같아 보이면 관객 입장에선 쉽게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를 억지 웃음으로 전락시키기는 싫고,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건 또 어려웠다. 하지만 장담컨대, 코미디 장르를 싫어하는 관객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 웃기려고 노력하거나 웃긴 표정을 지어대는 영화는 아니지만 흘러가는 상황 자체가 재밌다. 편안히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우리 영화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 액션

이번 영화를 통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래도 액션 연기가 아닐까. 액션 연기를 하는 내 모습이 꽤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나름 형사 같아 보여서 만족스럽다. 관객분들이 액션 연기를 보실 때 '저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지'라고 많이들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배우 입장은 다른 게, 우리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옛날부터 그런 역할을 한 경험이 비교적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는 더 빨리 배웠던 것 같다. 어릴적 복싱을 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그때 참 잘 배워놨구나 싶었다. 

 

3. 욕설 연기

시나리오를 받고 제일 부담스러웠던 건 아무래도 욕설 연기다. 처음엔 욕 대사가 훨씬 더 많았다. 문장도 길고 장황한 것이 나랑은 좀 안맞는 것 같은 느낌? 길게 하기 보다는 짧게 하자고 감독님께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정안 캐릭터상 짧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욕이 더 잘어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익숙한 욕은 또 잘못 소화하면 어설퍼 보이기 쉽지 않나. 감독님과 매니저한테도 물어보고 검증 받아가며 연기했다. 현장에 있던 스탭들도 내가 욕설 연기를 할 때 괜찮으면 고개를 끄덕여줬다. 별로인 것 같으면 절레절레 젓고. 초반엔 어색했던 것 같은데, 계속 하다보니 정말 정안 캐릭터 같다고 해주시더라.

4. 강예원

영화에 함께 출연한 예원 언니랑은 정말 많이 친해졌다. 전화도 그냥 막 걸 수 있고, 살 빼라는 이야기도 쉽게 나온다. 촬영 현장에서 언니의 연기를 보면서 감명을 받기도 했다. 강아지와 소통하는 장면은 언니의 뒷모습에서 외로움이 느껴져 내가 다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냥 '월월!' 정도로만 표현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온몸을 던져서 연기했다.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과 이름을 걸고 만드는 영화인 만큼 어떻게든 이 영화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같은 여배우로서 안쓰러웠다. 그런데 언니는 또 내 눈빛이나 행동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

 

5. 다이어트

나는 몸매가 좋다기 보다는 좀 마른 것 같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서 찌면 안되는 부위에 군살이 마구 찌더라. 또 워낙 잘 붓는 스타일이다. 감독님께선 얼굴 붓기에 따라서 내 얼굴이 달라보인다고 하실 정도다. 작품 들어가기 일주일 전은 늘 전쟁이다. 잘 먹지도 않고, 사람들을 만나면 또 먹어야 하니까 만나는 것도 자제하는 편이다. 자리에서 혼자만 안 먹고 있으면 재수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 사실 되게 힘들다. 여덟시만 넘어가면 뭘 먹는다는 게 스트레스다 보니 맛있는 음식을 봐도 먹을까 말까 계속 고민한다. 살은 전쟁인 것 같다.

6. 공개연애

사실 지금까진 내 이름 조차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진짜 못 알아보는 분들이 많았다. 90퍼센트 이상은 나를 몰랐던 것 같다. 김덕수 감독님께서도 캐스팅하고 난 후에서야 내 정보를 찾아봤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남자친구랑 데이트를 할 때도 그냥 편하게 다녔다. 오히려 그럼 주변 사람들이 더 놀라서 "너네 이러고 왔어?" "버스 타고?"라고 물어보더라. 나는 그럼 "왜? 아무도 내게 관심 없어"식으로 대답했다. 공개연애라는 것에 대해서도 (공개 선언을 할 정돈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뭔데 공개연애를 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7. 갈증

사실 그렇게 오래된 경력은 아니지만, 10년 정도 연기를 해오면서 언제나 갈증이 존재했다. 물론 꾸준히 드라마를 해오긴 했지만, 늘 스스로 하고 싶은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좋은 역할이나 탐나는 역할이 누구보다 먼저 들어오는 배우도 아니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나 작가님께 요청을 드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들어오는 작품 안에서만 고르다 보니까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늘 있던 것 같다. 영화는 더 그랬고. 하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런 영화에 캐스팅을 해주신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감사했다. 

8. 성장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감사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모든 상황이 감사하다. 연예인은 꿈 꿔본 적도 없던 내가 지금 연예인을 하고 있지 않나. 근데 오디션은 마치 면접 같아서, 매일 하는 것 자체가 무섭기도 했다. 오디션 없이 연기하는 게 작은 바람이었는데 어느날 그런 날이 찾아왔고, 서브 여주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서브여주로 캐스팅 되기도 했다. 소속사 대표님이 그러셨다. 미니시리즈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어느날 미니시리즈도 결국 하게 됐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항상 나았고, 해가 가면 갈수록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는 내 모습이 보여서 감사했다. 

 

9. 소망

사실 이게 한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뭔가 납득이 되지 않으면 간지러워서 연기를 못하게 된다. 항상 납득시켜달라고, 이해를 시켜달라고 한다. 왜 영화에 종종 나오는 모험적인 캐릭터가 있지 않나. 정신적으로도 사람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캐릭터. 그런 독창적인 캐릭터를 도전하고 납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틀에 박힌 캐릭터라도 들어오면 감사하다고 해야할 입장이긴 하지만, 내게도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까 부디 폭 넓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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