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하며 스타가 된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오늘(13일) 퇴임식을 하고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끝낸다. 헌재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전날 부산스럽게 청와대를 떠났다. 이들의 엇갈린 퇴장이 주목된다.

 

◆ 이정미 “분열 마치고 통합·화합해야” 퇴임사

헌재는 오늘 오전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이 대행의 퇴임식 행사를 연다. 구체적인 행사 시각은 경호 안전상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 대행은 퇴임식에서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행의 임기는 이날 자정까지로, 퇴임식 이후 탄핵심판으로 밀린 사건의 평결에 참석하거나 청사를 둘러본 후 자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헌법재판관이 됐다.

2014년 12월 선고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고,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에서 대체로 다수 의견을 냈다.

이번 탄핵심판을 진두지휘한 이 대행은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재판 지휘로 중대하고도 어려운 역사적 사건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박근혜 “진실 밝혀질 것” 또 논란 만들어

지난 10일 헌재의 탄핵 결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틀간 청와대에 머물러 있다가 전날 밤 경찰의 호위를 받고 청와대를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것은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후 청와대로 거처를 옮긴 이후 4년 15일, 1476일 만이다. 삼성동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1997년 정치에 입문하고 4선 의원을 거치면서 줄곧 머무른 곳인 데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첫 여성 대통령'의 영광을 안겨준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청와대를 떠나 독립문→서울역앞→삼각지→반포대교→영동대로 등을 거쳐 삼성동으로 향했다.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교통통제 속에 이동했다.

사저에 도착한 그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헌재 결정을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삼성동 사저에는 친박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 청와대를 떠나는 그를 연호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10일 바로 떠나지 이제야 떠나면서 요란스럽게 한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헌법재판소로 마지막 출근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방송캡처

◆ 파면 박근혜 아직 검찰 수사 남아

퇴임한 이정미 헌재 권한대행은 아름다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신분으로 면책특권이 주어졌던 그는 이제 검찰의 강제구인도 받아들어야 한다.

검찰은 아직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논의를 거쳐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5월 9일 조기대선을 치르는 방향이 유력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대선 이전에 박 전 대통령 조사와 기소까지 끝내는 방안과 대선 이후로 미루는 두 가지 방안이 모두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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