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에 "사건기록을 (피고인 측에) 주지 못하는 구체적 이유를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오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의 1회 공판 준비기일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정 교수 변호인 김종근 변호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재판은 정 교수가 출석하지 않은 채 수사기록의 열람·복사와 관련한 논의만 진행한 뒤 약 15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9일 정 교수를 기소했지만 공범 수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정 교수와 검찰이 모두 기일 변경을 신청했음에도 기록의 열람·복사 신청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당초 예정대로 이날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정 교수 측은 "공소 제기한 지 40여일이 지났다"며 "공범 수사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져야 할 부담이지 그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공범 등 관련 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기록의 복사가 전혀 안 됐다고 하니 새로운 상황이 있지 않은 한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을 향해 "전체를 다 복사해주지 않고, 복사해주지 않는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소가 됐으면 당연히 재판준비를 해야 한다"고 연이어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목록만큼은 제대로 변호인에게 제공하고, 조서 중 어떤 부분이 수사와 어떻게 관련이 있어서 복사해줄 수 없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런 게 없는 경우에는 다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변호인 측에 유일하게 제공한 사건기록 목록조차 익명화돼 있는데 이런 자료 제공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피고 측 방어권 행사는 수사기록·증거분석에서 시작된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피고의 권리이자 변호인 조력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임에도 이를 검찰이 봉쇄했음을 지적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2주 내에 이와 같은 절차를 진행한 뒤 변호인이 신청한 내용에 대해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다음달 15일 오전 11시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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