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베일에 싸인 채 소문으로만 대중의 입길에 오르내렸던 70년대 인기 여배우 서미경(57)씨가 36년 만에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법원 앞에서라 세간의 관심이 더욱 쏠리는 중이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씨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뿔테안경, 단발머리 차림으로 20일 오후 1시34분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나타났다. 하얀 얼굴은 여전했으나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서 법원에 도착한 그는 "그동안 왜 검찰 조사에 불응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미경씨는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특경 배임) 등으로 기소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홀딩스 지분을 넘겨받으며 증여·양도세 등 3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 당시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일본에 체류하는 서씨에게 '자진 입국해서 조사받으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매번 소환에 불응하면서 대면조사 없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씨는 법원의 공판준비절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서씨가 첫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미경씨는 TBC 신인 탤런트로 활동 중이던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영화 '청춘 불시착' '혼혈아 쥬리' '김두한' 시리즈, '홍길동' '단둘이서' 등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인형 같은 서구적인 외모로 뭇 남성팬을 사로잡았던 그는 80년대 초반 대중의 시야에서 조용히 사라진 뒤 40세 차이가 나는 신격호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어 화제를 모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이 된 서씨는 딸 신유미를 낳았다. 두 사람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며 궁금증을 키웠다. 하지만 서씨 모녀는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진행되며 다시 언급됐다. 검찰은 신 총괄 회장이 홀딩스 지분을 서미경씨와 신유미,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증여하면서 증여·양도세 등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왕년의 여배우가 재벌가에 입성한 신데렐라 스토리야 그닥 새로울 건 없으나 탈세, 배임, 도피, 비리 혐의를 받는 여주인공으로 무려 36년 만에 ‘복귀’한 점에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사진= TV조선, MBC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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