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된 SM 걸그룹 레드벨벳의 신곡 '7월 7일'은 제목과 가사의 모티브를 '견우와 직녀'로 내세웠지만 뮤직비디오에선 아서왕의 전설인 '샬롯의 처녀'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다수 등장한다. 탑속에 갇혀 마법의 거울로만 세상을 봐야하는 처녀가 거울에 비친 원탁의 기사 랜슬롯을 보고 첫눈에 반해, 금기를 깨고 성을 뛰쳐나와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이야기. 

 

'7월 7일'은 동화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멜로디에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곁들여져 세련된 분위기의 몽환적인 연출을 더했고, 그 위에 얹어진 가사는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와 뜨겁고 찬란했던 찰나의 사랑과 긴긴 이별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One of these days' '우리 다시 만나' 계속되는 읊조림은 소녀가 처음 맞닥트린 사랑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 멈춰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눈물은 덜어냈으나 해탈을 함축한 가사가 시 '샬롯의 이야기' 속 다가오는 죽음을 감내한 채 조각배를 타고 랜슬롯을 향해 떠내려간 처녀와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레드벨벳은 데뷔곡 '행복'의 가사에서 어른들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유년 시절을 지났고 'Ice Cream Cake'과 'Dumb Dumb'에선 소녀의 짜릿한 사랑의 순간을 담았으며 'Be natural'과 'Automatic'에선 상대방의 진실됨에 마음을 여는 과정을 거쳤다. 

이어 발매된 이번 미니앨범 '더 벨벳'은 사랑과 함께 자라난 소녀들의 이별에 몰두하고 있다. 다섯번째 트랙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이수만 원곡 리메이크)는 타이틀 '7월 7일'과 함께 주력한 곡으로 이별의 순간과 공허한 마음을 짚어냈다. 레드벨벳의 목소리가 입혀진 것만으로도 소녀로 화자가 바뀌며 원곡과는 다른 감성의 이별을 그려낸 게 인상적이다.

 

데뷔 이래 차근차근 쌓아온 서사 때문인지 이번 미니앨범을 소화해낸 멤버들의 감성 역시 섬세함과 진솔함이 엿보인다. 다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인 샤이니, 에프엑스와 더불어 콘셉트의 흐름을 지켜보는 재미가 농후한 레드벨벳. 이제 이별의 첫 장을 뗀 레드벨벳이 그 다음엔 어떤 풍경을 담아낼지가 기대되면서도, 당분간은 소녀들의 가슴 절절한 첫 이별에 흠뻑 젖어있고 싶다.

인턴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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