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김윤진 주연의 미스터리 하우스 스릴러 '시간 위의 집'(4월 5일 개봉)이 언론시사로 속살을 드러냈다. 봄바람을 타고 날아온 영화는 훈훈한 봄 날씨와 상반되는 서늘함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스릴러 퀸'에 등극한 김윤진을 비롯해,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스승의 은혜' 임대웅 감독 등 장르 전문가들이 전격 합류하며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무해가 넘도록 아무도 찾지 않던 '시간 위의 집'에, 25년간의 고된 수감 생활 후 병보석으로 풀려난 여인 미희가 돌아온다.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죄목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미희는 여전히 살기가 가득한 집의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아,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진짜 살인자를 소리 없이 기다린다.

 

영화 '시간 위의 집'은 집이라는 공간이 전달하는 중압감을 중점으로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해야 할 공간인 집이 세상의 끝에나 존재할 법한 서슬퍼런 곳으로 탈바꿈 되며 긴장감을 부여한다. 긴 복도, 다다미방. 원목 가구와 마감재들로 꾸며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다. 하지만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와도 모든 신경이 곤두선다. 미희는 자신 말고 또 누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집안을 누비며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속 미희의 집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집을 모티브로 묘사됐다. 충청남도 논산의 채산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기적처럼 발견했다는 일본풍의 목조건물은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적산가옥으로 제격이었다. 집안 구조가 마치 미로같이 구성돼 어디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을 안겨준다. 다양한 구도와 앵글로 엿볼 수 있는 집안 구석구석은 영화에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가미한다.

 

미희 역으로 열연한 김윤진은 '스릴러 퀸'이라는 명성에 버금가는 진면목을 선보이며 영화를 주도한다. 이번 작품은 김윤진에게 전작인 '세븐데이즈'와 '이웃 사람'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선사한 듯 하다. 공포감을 떨쳐내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연은 물론이거니와, 죽은 아들과 실종된 아들을 지키지 못한 후회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연기 장면이 관람 포인트. 영화 후반부 모성애로부터 비롯된 집요함과 애절함으로 관객들을 슬픔으로 물들이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김윤진은 한 작품 안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1992년의 미희와, 비극의 세월 속에서 침묵한 2017년의 노인 미희를 상반적으로 연기하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한다. 매 촬영마다 3시간에 걸쳐 완성됐다는 김윤진의 노인 분장은 질곡의 세월이 알알이 껴있는 듯한 묘사로 25년의 간극을 생생하게 만들어냈다. 여기에 후두암에 걸린 설정에 걸맞게 쇠판을 긁는 듯 거칠고 갈라지는 노인의 목소리를 내고, 항상 허리를 굽힌 구부정한 자세를 고수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예순의 미희 캐릭터 완성에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지난해 화제 속에서 600만 관객 수에 육박한 영화 '곡성'에선 황정민이 15분에 걸친 롱 테이크의 굿 장면으로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의문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간 위의 집' 또한 인상적인 굿판을 펼치며 서스펜스를 시도한다. 영화 속에서 활약한 여러 명의 조연 중에서도, 눈을 뒤집어가며 무당 역할에 동화된 박준면의 연기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기억 속에 맴돌게 된다. 

극 초반부에 등장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설정은 자칫 리듬을 깨트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적 재미를 자아낸다. 미희를 두려움을 떨게 한 그들은 누구일지, 미희가 주장하는 말은 사실일지. 그 어느 것이든 안심할 수 없게 만들다가 퍼즐처럼 엮어있던 미스터리가 모두 해소될 때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고 속으로 관객을 유도한다. 러닝타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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