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의 '장과장' 진구를 지난 28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원라인'에는 임시완을 비롯해 이동휘, 김선영, 박병은, 박종환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진구에게는 그들과의 협업을 언급하며 즐거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선영 선배는 따뜻했다. 육아에 관한 고민 상담을 많이 들어주셨다. 박병은 선배님은 굉장히 유쾌하시고, 술을 나보다 두 배 세 배는 드시더라. 이동휘와 박종환은 재발견이었다. 그 배우들의 작품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한 수 배웠다. 임시완 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성숙해졌다고 내가 칭찬하고 싶다. 뭐든지 자기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여유가 없는 타입이었다. 나도 과거에 그랬다. 이 일이 너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 다 같이 나누는 공동 책임이라는 걸 알려줬다"

진구는 1년에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사흘 정도 될 거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비결로도 '술'을 꼽을 만큼 애주가였다.

"술을 마시면서 나의 치부를 먼저 보여준다. 나는 이런 게 약하고 이런 게 필요하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보통 좋아한다. '내가 저 사람한테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친해진다. 모든 배우들이랑 서로의 보완점을 드러내고 챙기고 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지난 2016년 11월 4일, 둘째를 얻으면서 진구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아빠 진구의 일상은 어떨까. 흔히들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도 같이 커간다고들 하는데, 그에게도 새로운 성숙이 있었을까. 진구는 자신이 '90점 짜리 아빠'라며 입을 뗐다.

"육아에 많이 참여한다. 연기를 안 할 때는 종일 집에 있다. 내가 집안일을 많이 까먹었다. 결혼생활을 2년 하니까 요리도 어색하고 청소도 귀찮더라. 집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육아뿐이었다. 아이들랑은 거의 하루종일 같이 붙어있다. 너무 행복하다. 아기가 커가는 1초 1초가 모두 놓치기 아까운 순간들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볼 때 진구의 눈빛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굴곡진 삶을 겪으며 많은 걸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스스로를 '도사'라고 칭하는 그에게 본인만의 매력을 물어보았다.

 

 

"애매모호함인 것 같다. 선과 악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닌데 선한 역을 하면 관객들이 내가 마지막에 배신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악역을 하면 관객들이 나에게 연민을 느끼더라.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가난함과 부유함, 거품이 가득한 스타와 거품이 다 빠진 무명배우를 다 겪어봤으니까. 공부도 열심히 해 보기도 하고 꼴찌를 해 보기도 했다. 관객들이 나를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는 게 고맙다.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의 동력이 관객의 칭찬이라는 이 배우의 남은 연기생활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연기를 즐기는 이상 그의 연기 생활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나는 좋은 감독님과 좋은 작품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해한 걸 관객들에게 이해하게 하는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연기가 재밌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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