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실까 모르겠지만 저는 배우입니다.

이번에 단편영화 촬영을 하고 왔는데 저는 촬영장이 너무 좋습니다. 촬영장에서 먹는 밥이 가장 맛있고 촬영장에서 자는 잠이 가장 달콤합니다.

배우는 대기시간이 긴 직업입니다. 카메라와 조명 소품위치 등이 세팅되는 시간동안 그리고 본인이 나오지 않는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몇 시간씩 현장에서 혹은 대기실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배우들 마다 제각각입니다. 어떤 배우는 계속 대본을 붙잡고 씨름합니다. 분장팀과 수다를 떠는 배우도 있고요. 촬영장에 비치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어찌 되었건 언제든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끔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배우들 마다 연기에 임하는 태도도 구체적인 방법도 정말 다 제각기입니다. 자신의 연기에서 타당성을 찾는 방법도 제각기구요. 저 같은 경우는 모든 게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카메라에 내 몸이 얼 만큼 나오는지만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떤 역할을 맡든 ‘그렇지 이런 사람도 있지~’하며 연기하는 편이고요. 쨌든 간에 정말로 다양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배우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며 한 작품에서 협연합니다. 정말 재밌는 일이지요. 어중간한 비가 올 때 우산을 쓰는 파와 모자를 뒤집어쓰는 파, 쓰지 않는 파 쓰지 않는 파에서도 잰걸음으로 걷는 파 개의치 않고 평소와 같이 걷는 파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중간한 비가 오는 날에 이인삼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비유인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인걸요.

 그런 n인(n+1)각에 어떤 사람이 있어도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요. 도로 구석에 고인 빗물을 모아 다른 사람 얼굴에 뿌리는 사람만 아니라면요.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꽤 자주 있지요. 언젠가는 제가 쓰고 있는 우산을 빼앗고는 도로 구석의 기름 섞인 물을 뿌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지요. 정말 고약한 사람이었어요. 물 위에 떠 있는 무지갯빛 기름은 분명 아름답지만요. 뒤집어 쓰는건 글쎄요... 또 어떤 이는 그에 비해서는 좀 점잖은 사람이었지만 걷는 내내 제 보라색 우산에 대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지요.

...네 물론 그런일이 있을 리가 없지요.

쨌든 제발 어떤 사람을 만나건 ‘그렇지 이런 사람도 있지~’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까요. 늘 그럴 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서도 그런다고 해서 욕하고 저주할 일인가요?

세상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을 거에요. 특히 사람에 관해서는 더 그렇죠. 제 각기의 생각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몰라요. 그렇기에 이해하는 것도 무념 하는 것도 아닌 채로 그 중간 어디에선가 잘~ 균형을 잡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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