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호행(牛視虎行). 소처럼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되 한번 결정을 내리면 호랑이처럼 단호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원래 ‘호시우행(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한 채 소 걸음으로 간다)’란 고사성어를 뒤집은 말이다.

취임 이후 연일 파격 소통과 인사, 정책행보를 숨 가쁘게 벌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회자되는 SNS상의 수사이기도 하다.

20일로 취임 열 하루째를 맞은 문 대통령의 우시호행 행보는 무엇보다 인사에서 빛을 발했다. 취임 바로 다음날(11일) 386세대 정치인인 임종석 비서실장, 비검찰 출신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여성 최초 인사수석인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을 임명해 파란을 일으켰다. 17일에는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 국가보훈처장으로 사상 첫 여성 인사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임명했다.

19일에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진보 성향 재판관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좌천된 뒤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 수사팀장을 지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강행해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전문성, 개혁의지, 여성 등 특색 있는 인물들이자 정부의 방향성을 집약시킨 파격적이면서도 전광석화식 인사로 국민을 ‘현혹’했다.

 

 

문대통령은 정책행보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취임 직후 ‘업무지시’ 방식을 활용, 자신의 공약들을 쉼표 없이 이행하고 있다. 10일 국가일자리위원회 구성 지시(1호 업무지시) 이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및 국정역사교과서 폐지(2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3호),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4호),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지시(5호)를 시간차 공격하듯 시행했다.

‘협치’와 ‘소통’을 주요 아젠다로 내걸었던 것에 걸맞게 취임 첫날 야당 당사를 방문해 당대표들과 만난데 이어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담을 가진 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제’ 결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날 인사 발표를 위해 춘추관에 나타나 김이수 헌재소장 지명 인사를 직접 발표한 뒤 기자들을 향해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라고 말하며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반대자뿐만 아니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일 줄이야”란 탄식이 새어나오는 중이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무섭도록 잘한다”고 평가했으며, ‘문모닝’으로 불릴 만큼 비판적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역시 연일 극찬을 이어가는 중이다. 19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 87%는 “문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고 답해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레이스 당시 다소 답답한 행동과 모호한 표현, 어눌한 말투로 인해 ‘고구마’로 불렸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처럼 강단과 LTE급 속도를 갖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국정 운영과 비극적인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과오를 끊임없이 복기하고 미래를 준비했던 만만치 않은 ‘2인자’의 역습이 아닐까.

사진출처= 네이버 한문캘리, KBS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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