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예술가로 군림해온 자하 하디드가 지난 31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65세. 건축과 도시, 패션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기적 공간을 창조한 그는 미래지향을 꿈꾸던 현대 도시들이 열망하던 스타 아키텍트였다. 늘 새로움에 도전했던 거장의 모든 것.

 

31일 타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사진출처=www.azha-hadid.com]

◆ 바그다드 출신 런던 명문학교 졸업...실험적 디자인 각광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난 하디드가 어릴 적 보고 자란 변화무쌍한 모래산의 이미지는 훗날 유기적이고 해체주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모태가 됐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영국 런던의 명문인 건축협회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스승인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1980년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설립한 뒤 아일랜드 수상관저, 파리 빌레트 공원, 홍콩 피크단지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디드는 1920년대 러시아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지나치게 관습을 뛰어 넘는다는 이유로 설계만 하는 일명 '페이퍼 건축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비트라 소방서 전경

그러다가 93년 독일 바일 소재 가구공장 비트라 내부 시설을 활용, 날카로운 모서리와 하늘로 치솟는 박공의 미래주의 건축물 비트라 소방서(일명 ‘돌로 된 번개’)로 한 단계 도약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며 막힘 없이 연결되는 내부 공간의 융통성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것이다.  

 

◆ 유기적·해체주의 디자인 대표주자...역동적 공간 미학

 

런던을 주 무대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비전을 도발적인 건물들로 표현했다. 그의 작업은 초기 프로젝트의 딱딱한 모서리들이 유연한 형식으로 바뀌면서 벽들과 바닥, 천장들이 섞이고 확장돼 물이 흐르는 듯한 유기적인 구조로 변모됐다. 하디드를 향해 해체주의 디자인의 대표 인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쿠의 아제르바이젠 문화센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로마 맥시 21세기 국립미술관,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의 건축물은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와 시공기술이 조화를 이룬 결과로 특유의 파격적이면서도 부드럽게 부유하는 역동적인 공간 미학을 보여준다.

정형성, 기능과 아름다움에 치중했던 기존의 틀을 깨트리고 비정형의 유기적 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그는 곡선 디자인 건축물로 명성을 떨쳤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흰색 외관, 물결치듯 굴곡진 지붕과 스틸 마감처리는 하디드의 시그니처로 여겨지곤 했다.

 

◆ 개성적 소품 디자이너로도 각광

 

건축물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패션소품, 신발,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세계적인 크리스털 전문회사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디자인한 장신구는 목과 어깨를 휘감는 금속의 우아한 곡선에서 여성 특유의 유려함과 강렬한 카리스마가 동시에 느껴진다.

 

스와로브스키의 액세서리, 루이비통의 실리콘백, 라코스테 부츠, 빙산 모양 테이블, 듀퐁의 싱크대와 조리대, 알레시의 커피세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또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버킷백을 실리콘으로 재해석한 작품, 기이한 디자인과 달리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 스프링 몸통의 라코스테 부츠, 주전자와 잔이 구분되지 않는 알레시 커피세트, 듀퐁의 미래형 싱크대와 조리대, 브라질 브랜드 멜리사의 플라스틱 슈즈, 샤와야& 모로니의 Z-의자, 빙산과 얼음조각을 연상케 하는 테이블 등 매혹적인 아이템들로 대중을 매료시켰다.

 

샤와야&모로니의 Z-의자(왼쪽)과 브라질 슈즈브랜드 멜리사와 콜라보레이션한 플라스틱 슈즈

 

◆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서울DDP 설계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며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69위, 2010년 타임 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67년 전통의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에서 선정하는 첫 여성 금메달 수상자가 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감도

‘환유의 풍경’이란 주제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지난 2014년 3월 개관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 중국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런던올림픽 수영센터, 로마 21세기 박물관, 미국 신시내티 로젠탈 현대미술관,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 글래스고 교통박물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베르크이젤 스키 점프대, 아제르바이젠 바쿠 헤이드라 알리예브 센터, 로마 맥시 21세기 국립미술관, 샤넬 모바일 아트 파빌리온, 2022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 등이 그녀의 도면과 설계를 거쳐 현실로 튀어나온 창조물들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교통박물관 외관(사진 위)과 내부 모습
샤넬 모바일 아트 파빌리온 외관(사진 위)과 내부 모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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