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영화계에 준 타격이 더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가 확정된 ‘사냥의 시간’이 그 타격의 중심에 섰다.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선언 후 일련의 일들이 터질 낌새가 보인다.

사진='사냥의 시간' 포스터

23일 리틀빅픽처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잠정 연기한 영화 ‘사냥의 시간’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영화 ‘사냥의 시간’을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 4월 10일부터 전세계 190여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이었다. 한국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으며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최우식, 박해수가 출연하고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9년만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국내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잠정 개봉 연기했다. 영화를 기다리던 팬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영화들도 잠정 개봉 연기하는 사이,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공개 선언을 했다. 극장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가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넷플릭스 홍보 담당사는 “리틀빅픽처스와 넷플릭스가 다이렉트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여질 극장 개봉 예정 한국영화는 추가로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들의 인터뷰 등은 논의 단계에 있다.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는 리틀빅픽처스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리틀빅픽처스는 넷플릭스에 먼저 제안하며 어느 정도 손해를 입더라도 자신들이 제안한 내용을 넷플릭스가 받아들여 OTT 공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해외세일즈를 담당했던 콘텐츠판다의 상황은 악화됐다.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의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를 공식입장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콘텐츠판다는 “콘텐츠판다가 ‘사냥의 시간’ 해외세일즈사다. 리틀빅픽처스와의 계약을 통해 ‘사냥의 시간’ 해외세일즈를 진행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넘는 시간동안 전세계 30여개국 세일즈를 했고 베를린영화제 최초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받도록 메이드가 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넷플릭스로 영화를 전세계에 공개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의 이같은 행동은 콘텐츠판다를 통해 영화를 구매한 해외 영화사들을 무시한 것”이라며 “현재 사내에서 이에 대해 대응 준비 중이다. 곧 공식입장을 낼 것이다”고 했다. 공식입장에는 법적대응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로 리틀빅픽처스, 콘텐츠판다 모두 손해를 입게 됐다. 또한 영화 홍보를 맡게되는 홍보사도 바뀌게 돼 배급, 투자, 해외세일즈, 홍보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관객들은 좋아할 수도 있고, 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국영화의 OTT 직행이 한국영화계의 기회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누구하나 100% 이득 보지 못했고, 자칫하면 배급투자, 해외세일즈 등의 이어진 끈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결국 큰 일을 만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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