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4월 3일, 제주도가 ‘아픔이 있는 땅’이 됐다. 2014년이 돼서야 법적으로 제주 4·3 사건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온 국민이 이를 기억하게 됐다. 아직도 아픔을 씻어내지 못한 이들이 많고, 이 사건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사건 72주년을 맞이해 다시 한번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

제주 4·3 사건은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가 나올 때까지 단 한번도 상업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사건의 특성상 다큐멘터리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 개봉한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는 사건의 참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제주도 출신 오멸 감독은 그동안 ‘뽕돌’ ‘이어도’ 등을 통해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실험적인 드라마를 자주 만들어오던 그가 ‘지슬’을 통해 스타일을 바꿨다.

‘지슬’엔 제주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에 제주 4·3 사건 내용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토벌대의 부조리함, 폭력, 그리고 도민들의 생존 투쟁까지, 영화는 관객들에게 먹먹한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영화에서 도민들이 지슬(감자의 제주도 사투리)을 나눠먹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제주 4·3 사건이 궁금하다면 ‘지슬’이 도움될 것이다.

# ‘비념’

‘비념’은 제주 4·3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참혹함을 전달한다. 극적인 장면 하나없이도 제주 4·3 사건 생존자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는 한 사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지 건설을 위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폭파 현장에서 벌어지는 해군과 도민의 갈등도 비춰준다.

또한 ‘비념’은 사건 생존자들 중 여성에 포커스를 둔다. 제주도의 삼다(三多) 중 하나인 여성들이 제주 4·3 사건 때문에 떠나보낸 남편, 자식, 아버지, 친구를 추억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여성들의 현재의 삶도 보여준다. ‘려행’ ‘교환일기’ ‘우리를 갈아놓는 것들’ 등으로 여성들의 현실을 따라갔던 임흥순 감독의 연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끝나지 않은 세월’

故 김경률 감독의 2005년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은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무장대와 경찰이 된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처음으로 사건을 극영화로 옮겼으며, 김경률 감독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끝나지 않은 세월’은 한 사건이 오래된 우정마저 갈라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슬’은 ‘끝나지 않은 세월’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부제로 ‘끝나지 않은 세월2’를 넣은 것도 오멸 감독이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의 의미를 되살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한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 보는 이들이 더욱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사진=각 영화 스틸컷,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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